CJ대한통운이 이번에 시연하려다 실패한 드론은 CJ대한통운 산하 종합물류연구원 중심으로 독일 마이크로드론사와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제품은 3엽 날개가 장착된 로터 4개를 통해 초속 18m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며, 최대 비행시간은 70분으로 해발 4,000m까지 상승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델은 조립문제로 시연하지 못했다. 비행 반경은 20km, 자동·수동항법 장치가 일부 적용되었고 화물은 3kg까지 운송할 수 있다. 배송은 드론 밑에 회전모터와 릴(reel)이 들어간 컨트롤 박스를 부착해 와이어로 물품을 내려주는 방식이다.
대한통운 측은 "전날 리허설에서 3차례에 걸쳐 추락 실험을 한 것이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신기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정부, 2020년 드론 배송 상용화…갈길이 먼 기술 격차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드론 안정성 검증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형 택배 상자를 부착해 5km 거리까지 운반하는 드론 물품 배송 분야 시범사업자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CJ대한통운과 현대로지틱스·대한항공·부산대·항공대·경북대 등 6곳이 포함됐다. 아직까지 선진적인 드론 택배 형태를 보여준 곳은 없다.
현재까지 국내 드론 물품배송 시험은 자율주행이 아닌 조종사가 무선 조종기를 사용하거나 일부 자율기능을 시험해보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시범 사업을 통해 2017년까지 5kg 이내의 택배 상자를 부착해 5km 이내의 거리에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1단계 시범 사업을, 2018년부터 배송지에서 소비자의 집 문 앞까지 택배 물품을 배송하는 '도어 투 도어' 2단계 시범 사업을 2020년 상용화 단계까지 추진한다.
이들 업체가 사용하는 드론은 국내에서 제작한 '멀티콥터형' 드론과 일부 외국산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에서 드론을 제작하거나 해외 드론 전문업체에 발주해 시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드론 배송 기술을 확보한 업체는 없다.
국내 드론 기술의 경우 드론 본체를 제작하는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다. 특히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경우 세계에서 두번째로 수직 이착륙 고속 드론인 '틀트로터'를 개발했다. 하지만 충돌회피 및 자율주행 기술은 역시 개발중이다. 이마저도 항우연의 특성상 고도의 군사 및 우주·항공기술을 보유한 특수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아직 민간 드론의 핵심 기술이나 투자는 미미한 편이다.
소프트웨어 강국인 미국은 이미 드론이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는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임박해 있다. 사생활 침해 문제와 군사적 보안 문제로 제도적 장치 개선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우리 정부와 군 당국도 국내 드론 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와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도 있지만 미국이 광활한 사막지대인 네바다 주에 군사 프로젝트를 비롯해 다양한 첨단 기술 시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첨단산업체 유치·지원에도 적극적인 점이 부러운 상황이다.
◇ 고객에게 더 싸고 더 빨리…해외 기업들 드론 개발 박차
최근 미국 네바다 주 호손에 위치한 드론 제조 스타트업 플러티(Flirtey)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연방항공청(FAA)의 승인 하에 진행된 드론 물품배송 시험에서 800m를 자율주행으로 날아가 생수와 비상 식량 등이 담긴 구호물자를 빈집 밖에 내려놓는데 성공했다.
구글의 드론 개발은 이미 태양전지판으로 이루어진 대형 드론을 상공에 띄워 5G(5세대) 이동통신용 전파신호를 지상에 쏘아 주는 프로젝트 '스카이벤더'를 상용화 하는 단계까지 가 있다.
물품배송과 관련해서는 '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있지만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윙 프로젝트 책임자인 데이비드 보스는 "드론이 운영자를 식별하고 드론 비행체간 거리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연방항공청과 드론 전문업체, 항공업계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술특허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각) 구급용 의료기기가 장착된 드론을 호출할 수 있는 장치를 특허 등록했다. 와이파이나 랜선, 휴대폰 테더링을 통해 호출장치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응급 의료장치가 필요할 경우 심정지나 부상, 구급상자, 응급구호물품 등 필요한 물품을 호출한 위치로 드론이 배송하는 기술이다. 구글의 이 특허는 드론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호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휴대전화 통신 연구·개발 회사인 퀄컴(Qualcomm)은 하드웨어 심장인 드론용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드론 생태계 장악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2015년 드론 개발용 보드인 '스냅드래곤 플라이트' 출시했고, 최근 스마트폰용 SoC(System on Chip)인 '스냅드래곤 801'을 출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프로세서는 CPU 코어와 화상처리용 GPU, 통신용 DSP, 4G LTE 통신과 무선 LAN 기능, 비디오 인코더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퀄컴은 이미 미래 스마트카를 겨냥한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20A'도 출시했다.
◇ 아시아, 드론 기술 각축장…너도나도 뛰어든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라쿠텐을 비롯해 물류·통신 대기업 10 곳이 참여하는 드론 배송 민관 공동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드론 개발은 일본 무인기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겐죠 노나미 특별교수가 있는 지바대학교 자율제어시스템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다.
지바시에 따르면, 2019년 입주가 시작되는 첨단 신도시 와카바 주택단지에 드론 택배 배송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이루어진다. 인구 1만명의 이 신도시 집집마다 드론 이착륙장이 만들어진다.
노나미 겐죠 교수는 "앞으로 2020년에는 매출 규모가 약 1조원 규모의 드론 시장이 형성되고, 2030년에는 약 100조원 정도로 드론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제조 강국 답게 드론 상용화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사흘간에 걸쳐 450여명의 타오바오 고객에게 생강차, 의약품, 설탕 등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물품을 드론으로 배송했다. 무게는 340g 미만이었으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지역에 한정해 1시간 이내 거리로 제한했다.
대규모 스쿠터, 화물차, 화물전용항공기 등을 자체 보유한 중국의 국제특송 서비스 부문 굴지의 대기업 SF익스프레스도 차세대 배송 수단으로 드론을 선정하고 시험 비행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드론 업계의 한 전문가는 "드론 사업을 추진하는 세계 최대 물류·유통 기업과 IT 기업들이 드론 물류 배송 시험을 이미 어느 수준이상 성공해 기술을 확보했거나 철저히 비밀을 유지한 채 프로젝트를 수준을 높이고 있는 반면, 국내 드론 사업에 참여한 일부 기업과 기관들은 아직 기술은 부족한데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등 기술 개발보다 성과주의에 그치는 현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문가는 또 "좋은 기술로 좋은 드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스마트폰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것처럼 드론의 소프트웨어와 빅데이터 수집·처리 수준이 미래 물류·유통 수단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