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주기, 유가족 "거짓말 트라우마 생겨…약속 지켜달라"

"잊지 않겠다더니, 함께하겠다더니…뭐가 바뀌었느냐"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송영훈 수습기자)
세월호참사 2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416연대와 가족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단에서 '약속 콘서트'를 개최했다.

무대에 선 최윤아(25·여·故 윤민 학생 언니) 씨는 "참사 이후 거짓말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주변 사람들이 작은 거짓말만 해도 발작하듯 화를 내곤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년 전 시청광장에서 울면서 '살려달라' 말했던 제게 잊지 않겠다고, 함께 하겠다고, 나쁜 나라를 바꾸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지금 도대체 뭐가 바뀌었느냐"고 성토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행사를 열었다. (사진=송영훈 수습기자)
서울광장에서 경찰 추산 1만명(주최 측 추산 5만명)이 모였던 1주기 집회에서 최씨가 "사람들은 왜 미안하다고만 하고 저희가 내민 손은 왜 잡지도 않는 거냐"며 "제발 도와달라"고 소리쳤던 게 지난해 4월.

1년이 지난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머리카락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단 참가자가 경찰 추산 2300명(주최 측 추산 5천명)이 모여 있었다.


이어 광화문 진실마중대에서 서명을 받는다는 416연대 안상순 씨는 "1년 전 미국에서 왔다는 교민은 1년 후 다시 왔는데 아직도 변한 게 없느냐고 눈물을 글썽였다"며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유가족과 시민들은 서울 각지에서 흩어져 출발한 뒤 광화문광장으로 모이는 '기억과 약속 동서남북 걷기' 행진에 나섰다. (사진=김미성 수습기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앞서 서울 각지에서 흩어져 출발한 뒤 광화문광장으로 모이는 '기억과 약속 동서남북 걷기' 행진을 벌였다.

'북쪽' 대열에서는 유가족 등 100여명이 성북구 한성대입구역에서부터 행진에 나섰다.

선두에 선 이필윤(57·故 근형 학생 아빠) 씨는 "스트레스로 양쪽 눈에 녹내장과 백내장이 와 수술까지 받았다"며 "우리가 여전히 알고 싶은 건 아이들을 왜 구하지 못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진에 참가한 교사 김혜진(44·여) 씨는 "세상에서 보석이 돼야 할 아이들을 보내놓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려지는 것 같았다"며 "기억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동쪽' 대열은 성동구 신답역 광장에서 100여명, '서쪽' 대열은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300여명, '남쪽' 대열은 용산구 용산역광장에서 400여명이 모여 행진한 뒤 광화문광장 행사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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