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학교 부지 지하에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중 원도심을 관통하는 '인천터널'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건물 균열과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다칠 수 있어"
지난 8일 오후 인천시 동구 송화로에 위치한 A초등학교 후관 건물. 2003년에 준공된 높이 4층의 이 건물에는 1·2학년 학생 275명이 공부하는 교실 12개와 급식실 등이 들어서 있다.
3층에 있는 2학년 5반 교실에 들어서자, 벽면을 상하로 가로지르는 균열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균열의 정도도 심해 벌어진 틈으로 볼펜이 쉽게 들어갈 정도였다.
교실의 네 모서리에 있는 내력벽과 비내력벽 사이도 길게 갈라져 있었으며 운동장 쪽 창문 아래의 벽면도 금이 갔다.
이 같은 현상은 3층과 4층에 있는 각 교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또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도 길이 4m의 균열이 보이는 등 복도 벽면의 균열도 곳곳에서 관측됐다.
학교 측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천시 교육청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황영철 교장은 "지하터널 굴착공사가 진행되면서 학교 건물 곳곳에 균열이 심해지고 벽면 뒤틀림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당장이라도 다칠 수 있으니 긴급 보수공사가 필요하다'고 시 교육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시 교육청도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시 교육청은 이날 시설기획팀 관계자를 학교로 보내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박송철 행정국장은 "'시설기획팀으로부터 내력벽에는 큰 문제가 없어 당장 붕괴 등의 위험은 없다'는 1차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일로 예정된 2차 현장 점검에는 직접 참여해 더욱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 28일 낮 학교에서 불과 800m 떨어진 송림동 중앙시장 입구에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터널 공사로 지름 6m, 깊이 5m가량의 싱크홀(땅 꺼짐)까지 발생해 학부모들도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현재 싱크홀 발생으로 '인천터널' 공사는 전면 중단된 상태다. A초등학교 밑을 지나는 터널공사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상부 굴착공사만 끝난 상황이다.
하지만 하부 굴착공사가 재개될 경우, 발파작업에 따른 진동 등으로 학교건물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부모들은 터널공사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에 빠른 시일 내에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교육부와 국토교통부 등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 학생들의 안전"이라면서 "'학교 주변 아파트단지에서도 균열과 침하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측도 학교 주변에 지하수 계측기와 건물 경사도 계측기 등을 설치하고 주 1회 모니터링하며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터널 공사가 학교 부지 지하 60m 구간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학교 건물 균열과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은 과거 바다를 매립한 연약지반이기는 하지만 터널공사는 그보다 훨씬 아래쪽인 암반층을 뚫고 진행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인천 중구와 동구 지역에서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지하터널 공사가 진행되면서 율목동과 송현동, 화평동, 화수동 등에서 건물 균열 현상이 나타나 비상대책위가 결성되는 등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