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역 배우로 제법 이름을 날렸으나 조기에 은퇴해 버린 사카즈키 조코는 1년 재수를 한 끝에 도쿄에 있는 도야마 대학에 입학한다. 아역이었던 과거를 잊고 부모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조코는 막상 자유를 얻게 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깜깜한 터널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던 중 미스터리 마니아로서 염원해 왔던 유서 깊은 동아리 ‘추리연구회’에 가입하려 하려 했으나, 이름을 착각하여 술을 마시는 데만 전념하는 ‘취리(酔理)연구회’에 덜컥 들어가 버리고 만다. ‘바다 밑바닥’ 같은 눈동자를 지닌 취리연구회 회장 미키지마는 기묘한 매력으로 그녀를 이끈다. “취하는 것 이외에 일절 관심이 없다는 태도로 임할 때 얻을 수 있는 진리가 있어.” 술에 취하며 대학을 누비는 나날 속에서 조코는 미키지마와 함께 소소하고 때로는 황당하기까지 한 해프닝과 맞닥뜨린다. 벚나무 아래에서 발견된 ‘시체’의 정체는? 대학 야구 시합을 앞둔 한 청년의 고뇌와 대학 축제에서 사라진 광고 전단의 비밀은?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무언가에 취해야만 비로소 보이는 진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갓 성인이 되어 대학이라는 환경 변화에 방황하는 소녀의 심리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의 실타래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특히 말장난과 궤변이 취미인 미키지마와 어딘가 맹하지만 시니컬한 조코의 기막힌 조합과 재치 있는 대화는 마치 만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모리 아키마로 지음/김아영 옮김/황금가지/256쪽/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