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이 짊어진 인생의 '진짜' 무게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혹여 책임지지 않아도 될 타인의 짐까지 스스로 자처해 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알고 보면 가벼운 짐을 돌산처럼 무겁게 지고 사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이 고단한 이유를 다음의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남의 시선에 갇혀 산다는 점이다. 남들은 모두 날씬하다고 말하는데 스스로는 자신을 뚱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나,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고 해서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신의 모습이 과거의 특정한 경험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태생적으로 물려받은 '성격' 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들러에 따르면 실제로는 그저 남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방어막을 쳐둔 것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남이 바라는 삶을 살려는 것이다. 이전보다 나아진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이면서도 건강한 열정이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거나 남을 깔아뭉개면서까지 성공하려 애쓴다. 하지만 그렇게 거둔 성공은 '가짜 성공'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방법뿐 아니라 허영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듯 인생의 고단함이 '타인(남)'으로부터 오는데도,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타인과의 관계(인간관계)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인생이 고단할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다. 이에 대해서는 기시미 이치로가 전작들에서 이미 강조한 바 있는 '공동체 의식'과 '공헌감(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풂으로써 얻는 기쁨)'에 대해 말한다. 특히 타인을 위해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아도, 남을 위해 억지로 희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공헌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는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노화, 질병이 가져다주는 고단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시미 이치로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인간의 가치를 단순히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생산성만으로 측정해온 점을 강조한다. 때문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무소속의 시간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고단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도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의 삶이 고단한 '진짜' 이유를 파악하고 나면, '배려'라는 명목으로 짊어졌던 타인의 인생, 스스로를 포장하기 위해 실제보다 더 무겁게 여겼던 인생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
결국 우리의 인생이 고단해진 것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성격이나 과거에 받은 상처, 주변 환경 탓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으로부터 만들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우리의 인생이 고단한 것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누구든 얼마든지 '내가 살고 싶은 나'를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응원을 전하고자 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직장에만 들어가면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회사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느라 일상이 정신없는 사람은 장성한 자녀를 둔 부모라면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은 이렇듯 물고 물리며 '이 문제만 해결되면 행복할 거야', '저 자리에만 가면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한 채 지금의 행복을 미루는 것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한다.
특별히 애쓰지 않고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쓸데없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채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담겼다.
책 속으로
사람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신경 쓸 때 인생과의 연관, 현실과의 접점을 잃는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개인적인 힘과 우월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강한 열등감을 갖고 있다. 정말로 우수한 사람은 굳이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필요를 느끼지 않으며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자신의 힘과 우수성을 확신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고 인정받아야만 한다고 느끼는 사람은 현실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없어 현실과의 접점을 잃는다.
허영심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대단히 위험해진다. 실제의 모습보다 타인에게 어떻게 생각될지에 구애되어 여러 도움 되지 않는 일이나 소비로 사람을 압박하고 쉽게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린다. 인간적인 연관을 이해하지 않고, 인생과의 연관을 갖는 일 없이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그리고 인생이 요구하는 것, 인간으로서 인생에 무엇을 줘야만 하는지를 잊는다. 허영심은 다른 악덕과 달리 인간의 모든 자유로운 발언을 방해한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아닌지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p. 109, 누구도 허영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시미 이치로 지음/ 장은주 옮김/위즈덤하우스/ 304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