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이 전날 전화를 걸어와 조선업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지원 내역 확대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정부와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선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다는 소식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이미 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위기에 빠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해왔던 차였다.
올해 1/4분기 한국 조선업계 수주실적은 8척(17만 1000CGT)에 그쳐 15년만의 최저치라는 참단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조선업계 빅3로 꼽히는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수주실적이 '0'에 머물러 마수걸이조차 못한 상태고, 현대중공업도 단 3척에 그쳤다.
조선소가 이미 발주받아 배를 만들고 있는 일감을 말하는 수주잔량도 3월 말 2759만CGT로 12년만의 최저치다. 조선업계가 전세계적 불황을 맞은 가운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올해 하반기 대규모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
때문에 조선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호소하던 차였다. 하지만 선정기준을 넘지 못해 거제시는 지정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특별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노동부는 "이 장관이 전화를 먼저 전화를 건 것이 아니라 김 의원 측이 통화를 요청했다"고 김 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또 "이 장관이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평소대로 고용위기지역 선정이 불가능하고,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해서도 결정된 내용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을 뿐"이라며 "만약 김 의원 측 말이 맞더라도 거제시가 아닌 조선업 전반에 지정되는 사안으로 왜 특정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동부가 펄쩍 뛰는 이유는 간단하다. 김한표 의원은 현직 여당 의원일 뿐 아니라,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거제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대량해고가 코앞에 닥쳤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지역에서 노동부 장관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선거 판도를 뒤흔들 대형 변수로 충분하다. 떨어지는 낙엽 한 장도 조심해야 할 선거 국면에 집권 여당의 후보와 관련 부처의 장관이 통화한 사실 자체가 오해를 피할 수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노동부 측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정부 부처의 장관을 볼모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으로, 선관위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김 의원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관권 개입'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중요한 사안을 주무부처가 공식발표하지 않고, 조선업이 밀집한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 후보에게 전화해 귀띔하는 방식을 정상적인 절차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 장관이 김 의원에게 약속한 특별고용지원업종은 장관이 주재하는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심의해 지정할 수 있다. 여당 의원에게 선정 여부를 미리 말하고 주재하는 심의라면 앞으로도 특혜 선정 의심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든, 통화 중에 어떤 내용이 오갔든, 양측의 '진실공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민감한 지역구 현안을 놓고 현역 의원 출신의 여당 후보와 관계 부처 장관이 통화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노동부와 김 후보는 '관권선거'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