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각각 담당했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으로 전문 체육과 생활체육, 학교체육을 모두 관장하는 체육단체가 만들어졌다. 비록 정부가 주도해 두 단체의 통합이 이뤄졌지만 하나가 된 두 단체는 생활체육을 기본으로 해 엘리트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클럽형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목표로 한다. 엘리트 체육에 집중됐던 관심을 생활체육까지 늘려보겠다는 것이 두 단체 통합의 근본 의미다.
지금까지 한국 체육은 전문 선수 육성에 정부의 관심이 대부분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다. 건강과 여가를 목적으로 대부분의 일반인이 참여하는 생활체육에는 제대로 된 지원이 부족했다. 하지만 통합 대한체육회의 출범을 통해 소수의 엘리트 선수가 아닌 다수의 동호인 선수가 주인공이 되는 클럽 시스템이 한국 체육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큰 그림으로는 미국 방식에서 유럽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학원 스포츠가 큰 힘을 발휘하는 현재의 미국식 엘리트 체육에서 다양한 규모의 클럽을 통해 사회 전반의 체육 참여를 높이는 유럽식 클럽 시스템으로 서서히 한국 체육의 목표가 바뀌는 첫 단추가 바로 통합 대한체육회의 출범이다.
생활체육의 가치 향상을 통해 엘리트 체육의 동반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국가대표급 선수의 도박과 폭력, 음주 등 일탈 문제도 지금까지 계속됐던 성적 위주의 엘리트 선수 관리 방식의 부작용이다. 하지만 앞으로 생활체육을 통해 엘리트 선수를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의 도입을 통해 새로운 의미의 스포츠 강국을 목표로 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선수 은퇴 후의 인생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던 현재 엘리트 선수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자신의 전공을 살린 지도자로 활약하며 방과후 클럽 활동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1년의 짧은 준비, 껍데기가 아닌 진정한 통합이 필요하다
지난 1년의 길지 않은 준비 과정을 거쳐 ‘물리적 통합’은 이뤘지만 여전히 두 단체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화학적 통합’이 시급하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두 단체의 회장은 리우 올림픽이 끝난 뒤 오는 10월 31일 새로운 회장을 뽑을 때까지는 공동 회장직을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두 단체는 서로가 해왔던 전문 분야는 그대로 업무를 이어가기로 했다. 단체의 통합에도 각자의 전문성은 그대로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조직내 인사와 직제 개편, 예산 등의 예민한 부분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어느 한 단체의 주장만을 수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두 단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인사제도 등의 도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통합체육회는 태스트포스(TF)팀을 구성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비록 ‘물리적 통합’은 외부의 힘에 의해 이뤄졌지만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위해서는 내부로부터의 ‘화학적 통합’이 동반되어야 한다. 당장 4개월 뒤에 열리는 리우 올림픽부터 통합 대한체육회의 원활한 활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내 리우 올림픽은 물론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