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성적상위 10%…희대의 침입자된 취준생"

"도어락 비번 은폐, 도덕적 해이 넘은 증거인멸범죄"

-트레이닝복 입고 당직자 행세
-의경 외출복귀 틈타 청사 침입
-공무원 면피행동이 문제 키워
-생체인식도입? 인적보안이 중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기선(사회부 기자), 이웅혁(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우리 정부의 심장부, 정부서울청사를 공무원 시험준비생이 제 집 드나들듯이 진입을 해서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다는 소식. 많은 분들이 놀라고 분노하셨을 텐데요. 정부 서울청사에서 5단계 보안시스템이 있었지만 모두 뚫렸습니다. 특히 용의자는 한 번이 아니라 무려 다섯 번을 청사에 출입했는데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은 겁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마지막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진입할 때는 도어락 옆에 적힌 비밀번호를 보고 누르고 들어갔다는 사실이죠.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사건이 발생한 중앙서울청사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CBS 조기선 기자를 연결해서 정말 이해 안 가는 궁금증들 풀어보기로 하죠. 조기선 기자 나와 있습니까?

◆ 조기선> 네. 정부서울청사입니다.

◇ 김현정> 매일 그쪽으로 출퇴근을 하시는 거죠?

◆ 조기선> 그렇습니다. 제가 인사혁신처하고 행정자치부가 출입처인데요. 매일 정부청사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일단 5단계 중에 첫 단계. 즉 정문이나 후문을 출입증 없이 어떻게 통과했는가? 저는 여기서부터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 조기선> 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은 맨 처음 2월 28일 청사에 들어올 때 의경들 틈에 끼어서 그냥 들어왔다고 경찰에 진술을 했는데요. 원래 정부청사 출입증이 없는 방문객들은 그 방문객 면회실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아야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 없이 2월 28일에 소속 의경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서 후문으로 그냥 들어온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의경들이 우르르 들어갈 때에는 그냥 출입증을 일일이 보지 않고 철문을 열어줘버려요?

◆ 조기선> 그렇다고 합니다. 통상 의경들이 외출외박을 마치고 돌아오는 일요일에는 출입증 확인 없이 그냥 동료 의경들에게 후문 철문을 열어줬다고 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게 의경한테만 비단 이랬을까 싶은데요. 출입증을 일일이 찍고 일일이 얼굴 보고 이런 시스템이 아닌가 봐요?

◆ 조기선> 일요일 외에도 일반 평일에도 후문 철문의 경우는 의경들이 출입증을 육안으로만 확인하고 통과시켜주는 구조인데요. 과거에 다른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출입증과 다른 신분증을 보여주고 통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잠깐만요. 공무원 출입증하고 비슷하게 생긴 걸 그냥 이렇게 쓱 얼굴에 보여주면 대충 보고 통과시키는 이런 경우도 종종 있었다?

◆ 조기선> 그렇죠. 이제 한꺼번에 11명 정도가 몰려들어오면 일일이 출입증 확인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다른 신분증을 내밀어도 통과시키는 경우가 있었다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래서 통과했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16층까지 갔습니다. 채용관리과 사무실까지 올라갔는데 이 용의자가 당직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굉장히 치밀하게 변장을 하고 갔다고요?

◆ 조기선> 네. 수험생 송 모 씨가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정황이 있는데요. 슬리퍼가 그 증거입니다. 이 송 씨는 내부 공무원처럼 보이기 위해서 청사에 침입했을 때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용의주도함을 보였습니다. 슬리퍼를 담은 가방을 탕비실에 숨기고 슬리퍼 차림으로 청사 사무실을 자유롭게 배회한 겁니다.

◇ 김현정> 당직자처럼 보이려고 트레이닝복, 우리가 일명 추리닝이라고 하는 옷을 입고 슬리퍼를 신었던 것이군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채용관리과 사무실의 전자 도어락을 어떻게 열었는가인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놀라셨어요. 도어락 옆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던 것. 이것을 누가 적어놓은 겁니까?

◆ 조기선> 경찰 수사 결과 청소용역직원들이 적어둔 걸로 밝혀졌습니다. 직원들이 아침 일찍 출근하기 전에 사무실 들어가서 청소를 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을 했는데요. 비유하자면 자물쇠 옆에 열쇠를 그냥 놓아둔 셈이죠.

◇ 김현정> 청소원분들이 그 비밀번호를 외우면 됐지, 왜 옆에 적어놨죠?

◆ 조기선> 이 청소하시는 분들이 각 층에 있는 여러 개의 사무실을 청소하다 보니까 비밀번호를 외우지 못하니까 적어둔 거죠.

◇ 김현정> 한두 개가 아니고 다 비밀번호가 따로 따로 있으니까요? 그러면 다른 사무실에도 이 비번이 적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네요?

◆ 조기선> 다른 사무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비밀번호가 필요 없는 구조였는데 문제가터지자 청사 방호직원들이 벽에 있는 비밀번호를 모두 지웠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도대체 그러면 거기다 도어락 설치를 왜 한 겁니까? 옆에 비밀번호가 다 적혀 있었으면. 참 어이없는 상황인데요. 이 주도면밀한 범행을 저지른 그 공무원 시험 준비생 용의자,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다든지 유사한 동종 전과가 있다든지 그런 거였나요?

◆ 조기선> 아닙니다. 아주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대학생이었는데요. 전과도 없죠. 송 씨가 응시한 시험이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공채인데요.

◇ 김현정> 지역인재 전형이요?

◆ 조기선> 네. 그러니까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공채인데 각 대학의 총장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요. 성적이 상위 10% 이내여야 합니다.

◇ 김현정> 대학 성적이 10% 내에 들고 총장 추천까지 받아야지 응시할 수 있는 그런 시험이었어요?

◆ 조기선> 그렇죠. 아주 정상적인 모범적인 국립대 대학생이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나타나고 있고요. 결국 취업 압박감이 성실하고 성적도 좋은 20대 학생을 희대의 범죄자로 만들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취업에 대한 압박감이 정말 평범한 학생을 희대의 사기범으로, 절도범으로 만들어버렸네요.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조기선>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매일 정부서울청사로 출퇴근을 하는 출입기자 조기선 기자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번에는 전문가를 통해서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문제점이 뭐였는지 좀 들어보죠.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를 연결해 보겠습니다. 이 교수님.

◆ 이웅혁>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이게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 2012년에도 비슷한 침입사건이 벌어졌었는데 왜 개선이 안 되는 겁니까?

◆ 이웅혁> 기본적으로 공무원들 자체가 너무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죠. 보안을 철저히 하게 되면 줄도 길게 서야 되고 그러면 출입할 때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말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설마 내가 조금 소홀한다 치더라도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라고 하는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다른 일도 발생했지만 발생을 했지만 발생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이것도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죠. 결국은 보안이라고 하는 것을 그냥 형식적으로만 매뉴얼에 등장하는 것이지 나에게는 사실상 불편한 것이다, 그래서 보안 의식 자체가 몸에 배지 않은 탓,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김현정> 저는 특히 더 문제점으로 보인 게 뭐냐면 인사혁신처에서 경찰에다 수사의뢰하기 전에 도어락 옆에 비밀번호를 다 지우라고 지시를 했다는 거에요. 이거는 도덕적 해이 수준 아닌가요?

◆ 이웅혁>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서 정말 공무원의 면피성 행동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바꿔 얘기하면 기강해이라는 비판도 받기 싫고 또 이것이 알려지게 되면 누군가는 분명히 이른바 징계책임을 져야 되니까 오히려 이것이 우리의 보안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이렇게 축소, 은폐를 하려고 했던 것이죠. 또 이것은 형법적인 시각으로 보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 김현정> 바로 그거입니다.

◆ 이웅혁> 그런 여지도 좀 있다라고 보는데요.

◇ 김현정> 제가 지금 도덕적 해이라고 한 말 취소해야 될 것 같아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이건 범죄 아닙니까? 정말 증거인멸인데요.

◆ 이웅혁>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이것을 누가 지시했는지 누가 실제로 지웠는지 이것도 사실 형사적 수사가 있어야 될 대상이고 거기에 맞는 제재가 있어야 되지 않는가 생각이 드는데요. 그것도 아까 잠깐 말씀하신 것처럼 침입 사실이 알려지자 벽에 써져 있던 30개의 사무실 비밀번호를 한꺼번에 싹 지웠다는 거죠.

◇ 김현정> 다 지웠답니다.

◆ 이웅혁> 이 정도의 관심이 있다라고 한다면 사전에 철저히 보안을 할 생각을 안 하고 결국은 축소 은폐에만 급급한 엘리트 공무원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 것이 아닌가, 참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저는 여기서 또 주목할 것이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하나만 적혀 있는 줄 알았더니 다른 사무실도 다 적혀 있더라. 마찬가지로 정부 서울청사가 이렇게 뚫려 있다면 다른 관공서들도 다 이렇게 뻥뻥 뚫려 있는 건 아닌가, 그 걱정이 들더라고요.

◆ 이웅혁> 그것은 거의 확실하지 않는가 생각이 드는데요. 왜냐하면 광화문 한복판의 대한민국 심장, 더군다나 국무위원들 집무실이 거기에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와 같은 국가경호 보안시설 1급도 이 정도인데, 다른 관공서는 더욱 그러지 않을 것이냐. 그래서 사실 최근에 발생했던 몇 가지 사건을 봐도 경찰서에서도 황산테러가 있었고 또 공항, 항만에도 밀입국이 그냥 쉽게 뻥뻥 뚫린 형태였지 않습니까?

또 심지어 청와대에서 문서 유출한 사건도 사실은 문서 보안에 있어서 허점이 드러났던 것이고요. 결국은 국가보안에 총체적 부실이 이번 정부 종합청사에서 여실히 드러난 게 아닌가 보고요. 그렇다 보니까 정부 3.0 이걸 강조하면서 전자정부 세계1위다라고 자평을 했는데요, 그런데 그것은 그냥 허상에만, 매뉴얼상에만 있는 것이지, 보안 현장에서는 그냥 구호성이 아니었는가 하는 점에서 상당 부분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보입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리고 청사보안강화 태스크포스팀이라는 것을 어제 꾸려서 행정자치부가 첫 회의를 열었다고 하는데요. 지문인식 시스템도 도입하고 한답니다. 개선이 좀 될까요?

◆ 이웅혁> 물론 생체인식정보를 개입하게 되면 신분증 출입보다는 상당히 수색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차례에 봤듯이 창과 방패의 관계입니다, 보안이라고 하는 것이요.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이웅혁> 설령 생체인식지문도 예를 들면 실리콘으로 다른 사람 지문을 갖고 와서 들고 가면 통과할 수 있죠.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기계적 보안 또는 첨단장치 보다도 인적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즉 인적 보안을 위해서는 예를 들면 가상침임점검을 주기적으로 한다든가 아예 임용 단계에서부터 보안 교육을 철저히 한다든가요.

이와 같은 인적 보안이 함께 있어야 될 것 같고요. 사태로 봐서는 물리적 환경 구조도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만 출입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접근 통제에 관한 것도 함께 고려가 필요하지 않나 보입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을 듣고요. 증거 인멸을 시도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어느 부서인지 이것은 경찰이 지금 수사 중에 있다는 것 알려지는 대로 속보가 들어오는 대로 전해지는 대로 전해 드리도록 하죠. 이웅혁 교수님 고맙습니다.

◆ 이웅혁>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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