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일상의 중요한 얘기거리가 됐다. 드라마에서 출연자들이 무엇을 먹고, 입는지가 관심거리가 됐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드라마 중간 중간에 들어가는 간접광고(PPL)를 넣기 위해 애간장이 탄다.
심지어,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 '태후'는 반드시 시청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드라마가 됐다.
실제로 '태후'에서 출연자들이 간편식 인삼제품을 먹는 장면이 방영된 이후 중국에서 우리나라 인삼 제품을 찾는 현지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중국시장 진출을 시작한 삼계탕의 경우도 드라마에서 소개된 이후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 중국 인삼수출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태후에 소개된 이후, 우리나라 인천공항 면세점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인삼제품 판매가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삼계탕의 경우도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즐겨먹는 메뉴가 됐다"며 "진공 포장된 삼계탕의 중국 수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태후가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주인공들이 우리나라 농식품을 먹는 장면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런데,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 '태후'처럼 늘 고마운 드라마만 있는 건 아니다. 연예인들이 방송사 프로그램에 나와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가수 김완선씨가 한 방송의 퀴즈프로그램에서 출연해 "20년 넘게 몸무게 앞자리가 '4'를 넘은 적이 없다"며 "데뷔하기 전부터 뭐 먹으면 살찐다고 그래서 13년 동안 쌀을 안 먹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무심코 한 말이겠지만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선 쌀밥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가뜩이나 쌀 소비가 줄어서 걱정이 많은 농식품부 입장에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국 관계자는 "쌀밥을 먹으면 살이 찌고, 먹지 않으면 마른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김완선씨가 쌀을 먹지 않아 몸매를 유지했다기 보다는 꾸준하게 운동을 했기 때문 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국내 소비 둔화와 수출 부진 때문에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공직사회가 연예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울고 웃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