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실종·야권분열'로 굳어진 부동층 어떻게 공략할까

총선 D-5…30% 안팎 부동층 표심 잡기 위해 고심하는 與野

오는 8, 9일 양일간 실시될 20대 총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7일 오후 서울역 맞이방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천511곳 투표소에서 실시되는 사전투표를 위해서는 별도의 신고 없이 신분증을 소지하고 가까운 읍·면·동사무소을 찾으면 된다. (사진=황진환 기자)
4·13 총선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는 전체 유권자의 30%안팎으로 추산되는 '부동층' 표심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관통하는 뚜렷한 이슈가 없었던데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면서 각 당 공천이 함께 지연된 점, 야권분열과 같은 변수가 겹쳐 부동층 표심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 왜 부동층 생겼나?…이슈실종·야권분열 등 변수로 마음 결정 못해

부동층이 두터운 이유 중 하나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만한 이슈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한미FTA 폐기 정책을 전면에 내걸며 새누리당과 맞붙었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 논란이 제기돼 야당에 긍정적인 흐름이 조성되기도 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는 여야가 서로 반대입장을 내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이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여당은 야당의 무상급식 의무화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 국민들의 관심도 뜨거워지며 이른바 '선거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발목잡는 야당론'이나 더민주의 '경제실정 심판론', 국민의당의 '양당체제 타파'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의 '경제민주화'는 구체적인 공약보다 기존의 '재벌경제 타파', '낙수효과 허구론' 등 이론적인 범주에서 맴돌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이 주장한 '양적완화'도 하루짜리 논쟁만 붙었을 뿐 본격적인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크게 분열되면서 '야권연대' 이슈만 주목을 끌었다. 야권 분열로 유권자들이 선택해야 할 보기가 늘어나다 보니 부동층이 표심을 결정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과 더민주의 비례파동, 국민의당의 계파갈등 논란 등도 유권자들의 관심 자체를 정치 밖으로 돌리는데 한 몫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공천파동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공천과정이 늦어져 유권자들이 정보를 습득할 시간이 없었던 점, 또 야권분열로 '여야 1:1'의 분명한 구도가 설정되지 않아 선택이 오래 걸리는 점 등이 부동층을 만드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오는 이슈가 실종된 선거여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 새누리당 '몸 낮추기'…더불어민주당 '여야 1:1 구도 만들기' 주력

공식 선거운동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아직 전체 판세가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기존 지지층에서 부동층으로 돌아선 유권자를 되돌리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지층 결집과 보수성향의 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해 한껏 '몸낮추기'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동선대위원장 긴급회의에 앞서 피켓을 들고 투표독려 호소 퍼포먼스를 펼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은 7일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씌인 피켓을 들고 포토타임을 갖는 것으로 긴급선대위 회의를 시작했다. 공천파동 등 당내 사정으로 마음이 떠난 기존 보수 지지층을 다시 되돌리겠다는 포석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번 공천과정에서 국민 눈 밖에 나고 국민들을 너무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평생 저희 새누리당을 성원해준 국민들께서 마음이 상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할 마음이 사라졌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 새누리당이 일대 위기를 맞게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집권여당이 갖춰야 할, 국정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란 덕목을 다시 되찾도록 각오를 다지겠다"고 덧붙였다.

더민주는 '野 vs 野'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당과의 1:1 구도를 구축하는데 끝까지 힘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더민주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 (사진=윤창원 기자)
더민주 이철희 선대위 상황실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대결로 인해 시선이 쏠리지 않는 틈을 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면서 "새누리당과의 1:1구도로 회복하는 것이 부동층이나 야권 지지층에 어필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아주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1:1 구도가 되면 각자의 주장이 선명해져 유권자들이 선택하기가 쉬워지고, 각 진영의 전통 지지층들이 견고하게 뭉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으로 쏠린 시선을 돌려 야권표 분산을 막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김종인 대표가 광주경제살리기 특별 기자회견까지 열어 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하는 것 역시 전통 지지층과 야권성향 부동층을 붙잡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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