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한국 선수들도 바쁘다. 구자철과 홍정호는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16위)를 강등권에서 탈출시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구자철은 이미 개인 최다인 8골을 넣었고, 홍정호 역시 아우크스부르크 수비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김진수(호펜하임)와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그라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어느덧 김진수는 9경기, 박주호는 14경기째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던 둘이지만, 이제는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모양새다.
김진수와 박주호는 왜 경쟁에서 밀렸을까.
◇김진수, 새 감독 부임 후 경쟁에서 밀렸다
김진수는 2014년 여름 호펜하임 유니폼을 입었다. 마르쿠스 기스돌 감독은 김진수를 믿었다. 덕분에 김진수는 호펜하임의 주전 풀백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고, 국가대표로도 맹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에도 호펜하임의 주전 풀백은 김진수였다.
그런데 호펜하임 사령탑이 바뀌면서 김진수의 입지도 변했다.
호펜하임은 올 시즌 기스돌 감독 체제로 시작했다. 하지만 10경기 만에 기스돌 감독이 경질됐고, 후스 슈테벤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김진수의 입지는 굳건했다. 하지만 슈테벤스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하고, 율리안 니겔스만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김진수의 입지가 흔들렸다.
니겔스만 감독은 김진수 대신 예레미 톨얀을 중용하고 있다. 여기에 백업으로는 파트릭 옥스를 명단에 넣고 있다. 김진수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버겁다.
스물여덟로 분데스리가 현역 최연소 사령탑인 니겔스만 감독은 호펜하임 유스팀 지도자 출신이다. 부임 후 유스 출신 선수들을 속속 1군으로 올렸다. 톨얀과 옥스 모두 호펜하임 유스 출신이다. 니겔스만 감독의 제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김진수가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탓도 있다.
김환 해설위원은 "김진수가 뭔가 보여줬으면 기용했을 것"이라면서 "공격도, 수비도 조금 어중간했다. 톨얀은 수비는 떨어져도, 공격은 윙 수준이다. 스리백을 쓸 때 윙 역할도 필요하다. 니겔스만 감독은 그런 선수를 선호한다. 감독이 바뀌지 않는 한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 호펜하임이 강등이 될 수도 있다. 새 팀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호펜하임은 승점 28점으로 14위다. 꼴찌 하노버를 제외한 강등권 팀과 격차는 고작 승점 1점이다.
박주호는 지난해 8월 마인츠를 떠나 도르트문트에 안착했다.
도르트문트는 독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중 하나다. 올 시즌도 승점 67점으로 1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72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만큼 선수층이 탄탄하고, 대표급 선수들도 즐비하다. 그래도 박주호는 마인츠 시절 함께 했던 토마스 투헬 감독과 함께 백업 멤버로 뛰었다.
도르트문트의 왼쪽 측면 주전 수비수는 마르셀 슈멜처다. 박주호는 슈멜처가 쉴 때 왼쪽 측면 수비수로 경기에 나서거나, 또는 일카이 귄도간, 율리안 바이글이 휴식을 취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그런데 그 자리마저 없어졌다.
도르트문트에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특히 에릭 두름과 마티아스 긴터는 측면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하다.
김환 해설위원은 "전반기에는 긴터가 들어와서 왼쪽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잘 해줬다. 후반기에는 두름이 긴터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면서 "박주호와 겹치는 멀티가 2명이나 있다. 명단에 이름조차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