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방문이 오히려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반대 의견을 물리치고 정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현상은 사실상 '반(反) 문재인 정서'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사람은 문 전 대표 밖에 없다는 현실도 작용했다.
한 당직자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로도 호남 민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 이반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문 전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이 이번 호남 방문에 대해 "위로,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고 한 것도 이런 기류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어떻게 사과와 위로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밝힐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호남의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는 참여정부 때의 대북송금 특검, 부산 정권 발언 등 호남 홀대론을 근거로 한다.
이중 일부는 사실 관계가 잘못 알려졌거나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호남 민심이 제1야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김종인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에 대해 끝내 "간다면 어쩔수 없지 않느냐"며 한발 물러섰다.
대신 김종인 대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SOS'를 쳤다. 손 전 상임고문을 국민의당에서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친노 프레임'을 희석시켜줄 수 있는 인물로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손 전 상임고문이 호남에서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완충시킬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18대 국회때 호남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호남 출신으로서는 아직까지 그만한 사람(대권 유력 후보)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그래도 그쪽에 다소나마 애정을 가지신 분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한 대목은 손 전 고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손 전 상임고문 주변에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원유세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더민주 조정식 의원은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복귀한게 아니다. 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손 전 상임고문 지인은 "손 대표는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두 양당이 호남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와중에 한쪽 편을 들어줄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손 전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전 상임고문 측근들은 양당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손 전 상임고문이 김 대표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등판'을 나름 견제했다는 정치적 제스처를 한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