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 방문 결정…김종인은 손학규에 'SOS'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강서을 지원유세에 나서 방신 재래시장에서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동안 당 안팎으로 의견이 엇갈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방문이 8일 전격 이뤄진다. 문 전 대표는 이틀간 광주와 정읍 등을 찾기로 했다.

호남 방문이 오히려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반대 의견을 물리치고 정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호남에서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는 현상은 사실상 '반(反) 문재인 정서'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사람은 문 전 대표 밖에 없다는 현실도 작용했다.

한 당직자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로도 호남 민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가 호남 민심 이반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문 전 대표가 결자해지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전 대표 측이 이번 호남 방문에 대해 "위로,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고 한 것도 이런 기류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은 "어떻게 사과와 위로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아직 밝힐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호남의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는 참여정부 때의 대북송금 특검, 부산 정권 발언 등 호남 홀대론을 근거로 한다.

이중 일부는 사실 관계가 잘못 알려졌거나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호남 민심이 제1야당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김종인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에 대해 끝내 "간다면 어쩔수 없지 않느냐"며 한발 물러섰다.

대신 김종인 대표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SOS'를 쳤다. 손 전 상임고문을 국민의당에서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친노 프레임'을 희석시켜줄 수 있는 인물로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손 전 상임고문이 호남에서의 반(反) 문재인 정서를 완충시킬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손 전 상임고문은 18대 국회때 호남의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호남 출신으로서는 아직까지 그만한 사람(대권 유력 후보)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그래도 그쪽에 다소나마 애정을 가지신 분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한 대목은 손 전 고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손 전 상임고문 주변에서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원유세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더민주 조정식 의원은 "아직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에 복귀한게 아니다. 유세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손 전 상임고문 지인은 "손 대표는 '통합'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두 양당이 호남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와중에 한쪽 편을 들어줄수 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손 전 상임고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전 상임고문 측근들은 양당에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손 전 상임고문이 김 대표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등판'을 나름 견제했다는 정치적 제스처를 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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