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사혁신처는 뒤늦게 관련 사실을 파악하고도 경찰에 비공개로 수사를 의뢰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혁신처 황서종 차장은 6일 브리핑에서 "내부 공모 가능성과 범죄조직 연관성을 감안해 수사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비공개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정부서울청사가 뚫렸다는 점에서 적잖은 부담이 작용했을 거라는 해석이 대체로 많다.
당장 지난달 24일 대통령 해외순방을 일주일 앞두고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 지시가 내려온 당일에 인사혁신처 사무실이 외부인에 의해 뚫렸다.
시험성적을 조작한 공무원시험 준비생 송모(26)씨는 24일 밤 11시35분부터 11시58분까지 약 23분 동안 채용관리과 주무관 컴퓨터에 접속했다.
시험점수와 합격자 명단이 조작된 것을 뒤늦게 확인한 인사혁신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난 당일 보안사고가 났다는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릴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계태세 강화 지시가 내려온 날 사무실이 뚫린 사실에 인사혁신처 9급 공무원부터 처장까지 말 그대로 멘붕 상황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안사고도 문제지만 시점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공개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도 사건을 베테랑 수사관들이 모여 있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배당하고 조용히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안팎에서 보안사고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됐고 인사혁신처는 5일 밤 보안사고 사실을 털어놨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 하루 전이었다.
한편 경찰도 이번 인사혁신처 보안사고를 다른 사건과 달리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통상 국가 주요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나 테러위협 등에 적극 대응하던 것과 달리 송씨가 찍힌 폐쇄회로(CC) TV 화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서울청사는 국가 중요시설이라 인사혁신처 복도를 배회하는 송씨 관련 CCTV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 모든 정부부처는 평소 장차관 행사나 정책 설명시에 복도 촬영 등을 허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부처에서 보안사고가 난 만큼 또 하나의 행정조직인 경찰이 정부의 허술한 보안실태를 가감없이 알리는 게 부담이어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인사혁신처는 경찰 내 인력충원과 직위 결정권 등을 가지고 있어 경찰 입장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