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수협은행, 공적자금 회수 기약 없어도…연봉은 '펑펑' (계속) |
공적자금 투입 주체는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수협중앙회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예보는 수협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을 한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예보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 가운데 공적자금을 지금까지 한푼도 회수하지 못한 곳은 수협은행을 제외하고는 한 곳도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이것은 공적자금 투입 당시 수협은행에 9,887억원에 이르는 이월결손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 "이월결손금, 공적자금으로 들어갔어야 할 돈…사실상 공적자금 갚아왔다"
공적자금 투입당시 예보와 수협중앙회, 수협은행 3자간에 체결한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결산 후 당기순이익 발생시 우선적으로 이월결손금을 보전하고 이월결손금이 모두 보전되는 시점부터 전액 공사 출자증권의 매입소각에 사용하여야 한다”고 돼있다.
이월결손금을 모두 해소하고 난 뒤 공적자금을 갚도록 한 것이다.
이월결손금은 지난 15년간 수협은행이 계속 갚아왔고 현재 418억원이 남아있다.
수협은행은 한해 평균 5백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고 2015 회계연도의 당기순이익도 57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볼 때 올해 말에는 이월결손금을 완전히 해소하고 내년부터는 공적자금을 갚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월결손금 해소 후 공적자금을 갚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이월결손금은 공적자금으로 들어갔어야 할 돈인데, 이월결손금으로 남겨둬 수협이 갚아온 것”이라며 “크게 봐서는 수협은행이 공적자금을 갚아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분할상환계획서 제출해 승인 받았다" vs "뒤져봐도 그런 자료 받은 적 없다"
문제는 당초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언제까지 이월결손금을 해소하고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수협은행측은 "2001년 공적자금 투입당시 예금보험공사에 ‘16년 거치 11년 분할상환계획서’를 제출한 바 있으며 예보가 이를 승인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보측은 이를 부인한다.
예보 관계자는 “만약 그런 계획서가 있다면 놀라운 일이다. 수협은행은 올해 이월결손금이 모두 해소되고 내년부터 공적자금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15년 전에 이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알파고 이상의 신통력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공식서류나 예보와 수협은행 사이에 주고받은 서류철을 다 뒤져봐도 그런 자료는 없었다. 아마 있다면 수협은행 내부용으로 만든 계획서일 것이다. 나중에 그런 계획서가 있다는 말을 듣고 1부 입수해 봤는데 미래 수익상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해 만든 것이 아니었다. 공적자금운용 시한인 2027년을 상정해놓고 해마다 수익이 10%씩 늘어나는 식으로 러프하게 만든 한장짜리로 분할상환계획서라고 이름 붙이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 쓸 것 다쓰고 남으면 공적자금 갚는 구조…방만경영 시비
상환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경우 경영진이 수익을 늘리고 비용은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당기순이익을 최대한 많이 내 공적자금을 갚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언제까지 갚아야 한다는 시한이 없기 때문에 공적자금을 갚는데 급할 것이 없다. 과장해서 말하면 이익이 생기면 쓸 것 다 쓴 뒤에 남으면 공적자금을 갚는 구조다. 그런 만큼 방만경영의 시비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실제로 수협중앙회 임직원들 중에서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임직원 숫자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 국회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을 받은 적도 있다.
2015년 현재 수협중앙회 직원 중 연봉 1억원 이상자는 139명으로 전년보다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까지 포함하면 148명으로, 전체 임직원의 6.3%를 차지했다.
◇ 최근 5년간 인건비 증가율 34%25, 총자산이나 대출금 증가율보다 훨씬 높아
수협은행만을 놓고 봐도 2015회계연도 인건비는 1,152억원으로, 5년전(2010회계연도, 858억원)보다 무려 34%나 늘었다.
같은 기간에 수협은행의 총자산은 23% 늘었다.(19조 6,919억원 → 24조 3,112억원)
대출금은 29%(14조 2,440억원 → 18조 4,206억원), 예수금은 19%(11조 3019억원 → 13조 5,258억원) 증가했다.
총자산이나 대출금, 예수금 등 어떤 항목보다 인건비의 증가율이 훨씬 높다.
이에대해 수협은행 관계자는 “수협은행 임직원의 급여는 예보와 맺은 MOU(경영정상화이행 약정)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MOU 재무비율 목표 가운데 급여가 포함된 판매관리비도 들어가 있다. 우리 급여는 같은 직급으로 놓고 보면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제일 낮을 것이다. 당기순이익도 금융위기 때 백억 밑으로 떨어진 적은 있었지만 한번도 적자를 본 적은 없다. 방만경영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 "MOU 목표는 높이 잡을 수 없다…수협은행 목표달성 못한 적 없어"
하지만 MOU체결을 통해 재무비율과 비재무목표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해서 그 시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MOU는 그것 이상을 달성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한다는 의미에서 꼭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조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예보 관계자는 “MOU는 달성하지 않으면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목표를 높이 잡을 수는 없다. 수협은행은 '08년을 제외하고는 목표미달로 제제를 받은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인건비가 높아지고 1억원 이상 연봉자수가 늘어나는 것을 일반 회사의 경우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적자금을 지난 15년간 한푼도 갚지 않은 기관이 그랬을 경우에는 논란이 일 수 있다.
◇ 예보, 공적자금 투입했지만 수협은행의 의결권 갖지 못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서도 이익이 생기면 갚아라는 식으로 운영된 것은 수협은행과 수협중앙회가 갖고 있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수협중앙회는 어업인과 수산물가공업자들의 협동조합이 근간이다. 그 구조를 보면 각 지구별, 업종별로 단위조합이 있고 단위조합이 모여서 중앙회를 이루고 있다.
중앙회는 회원인 단위조합이 의결권을 갖고 있다. 중앙회는 크게 단위조합을 지원하는 지도, 경제부문과 수익사업을 하는 신용부문 등 두개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의 신용부문 사업을 담당하는 곳으로, 일반적인 상업은행의 성격을 띠지만어민들에 대한 정책자금을 집행하기도 해 특수은행으로 분류된다.
수협중앙회와 단위조합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권은 해양수산부에 있고, 금융위원회는 수협중앙회의 신용사업부문인 수협은행에 대한 건전성 감독권이 있다.
예보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투입된 기관의 의결권은 예보가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협은행의 경우에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지도,경제부문과는 분리된 별도 회계를 갖게 됐고, 그에 따라 예보의 공적자금이 전체 자본금이 됐다.
하지만 수협법에 따라 예보의 공적자금은 잉여금 배당에서만 우선적 지위만을 갖고 의결권은 없는 우선출자로 처리됐다.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예보는 의결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수협중앙회가 모든 것을 결정해 행사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것은 어업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탄생한 수협조합과 중앙회의 연장선상에 수협은행이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해 수협은행은 수익을 내서 수협중앙회의 지도,경제사업 지원을 원활하게 하도록 하기 위한 기관이다. 어업인들을 위한 협동조합이 아닌 일종의 캐시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와 같은 기관이다. 그런 만큼 부실화돼 공적자금이 투입됐을 때 수협과 분리해서 수협은행의 미래를 객관적으로그려보고 그에 맞춰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랬더라면 공적자금이 투입된지 15년이 지나는 동안 한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그런 촌극은 빚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