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존 건물에서 장사하던 일부 상인들이 새 건물로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일 ‘현대화상인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수협 직원들에게 흉기까지 휘둘러 경찰에 연행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상인들은 새 건물의 임대공간이 너무 비좁고, 월 임대료도 너무 비싸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신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인 반면, 수협측은 기업형 상인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둘러싸고 운영 주체인 수협중앙회와 상인들 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 노량진 수산시장 판매상인 연간 평균 매출액 2억700만 원
노량진 수산시장은 경매시설과 판매시설, 식당 등이 함께 입주해 있는 복합공간이다. 이 가운데 판매시설은 아주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시설 당 면적이 겨우 5㎡(1.5평)에 불과하다. 상가라고 하기엔 너무 비좁은 공간으로 좌판 수준이다.
등급별 점유율은 F등급 점포가 258개(37.8%)로 가장 많고, A등급 139개(20.4%), B등급 20개(2.9%), C등급 113개(16.6%) 등이다.
이들 점포는 다시 수산물에 따라 횟감용 활어를 판매하는 ‘고급’과 고등어, 갈치 등을 판매하는 ‘대중’, 갑각류와 조개류를 판매하는 ‘패류’, 그리고 냉동 수산물을 판매하는 ‘냉동’으로 나뉜다.
그렇다면, 이처럼 좌판 수준의 5㎡ 공간에서 얼마나 팔 수 있을까? 놀랍게도 2014년 기준 전체 점포의 연간 매출액이 평균 2억700만 원에 달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활어를 판매하는 고급점포의 2014년 매출액은 평균 2억2천300만원으로 최고 매출 점포의 경우 무려 17억6천만 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고등어와 갈치 등을 판매하는 대중점포의 경우도 지난 2014년 평균 매출액이 1억9천200만 원에 이른다. 최고 매출 점포의 매출액은 17억 원에 달했다.
더구나 이 같은 매출실적은 현금 거래를 제외한 순수 신용카드 결재금액(세무신고용) 기준이다. 따라서 현금 판매액까지 포함하면 노량진 수산시장 판매상인들의 1년 평균 매출액은 최소 3억 원이 넘을 것으로 수협측은 추산하고 있다.
◇ 수협 “기업형 상인” vs 상인 “수 십 년 상권 형성 노력의 대가”
수협중앙회측은 노량진 수산시장 판매상인들의 중간 마진율이 30~4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상인의 신용카드 매출액만 2014년에 평균 2억700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순익이 6천200만원에서 많게는 8천30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다.
수협 관계자는 “판매상인이 수협에 내는 월 임대료는 A등급 점포 기준 30만 원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며 “노량진 수산시장이 전국 최고의 상권 중에 하나로 그만큼 상인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점포가 추첨을 통해 선정되기 때문에 기존 건물에서 목 좋은 A~C등급을 확보했던 상인들이 새 건물로 이전할 경우 상권을 놓칠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점 상인들은 수협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전국 최고의 상권을 형성하기까지 상인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맞서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상인대책위 관계자는 “수협은 그동안 임대사업자에 지나지 않았다”며 “노량진 수산시장이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기까지 상인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협이 새 건물을 지으면서 판매시설 면적을 기존 보다 조금 늘렸을 뿐인데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많이 올린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 신축 건물의 월 임대료를 A등급 기준 80만 원대로 기존 건물 보다 3배 가까이 인상했다.
이에 대해 수협 관계자는 “신축 건물을 짓는데 수천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 간데다 새 건물로 이전하면 상권이 더욱 좋아져 판매상인들의 매출도 당연히 늘어날 것”이라며 “임대료 인상은 수익자 부담 원칙 차원에서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