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울리는 '눈덩이'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해 공개한다

방치했던 비급여 진료비 국가관리 '첫발'…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대상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일부 개정…9월 30일 시행

눈덩이처럼 불어나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병원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태를 조사해 공개한다. 그간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던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 국가관리의 첫발을 떼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항목은 상급병실료차액, 초음파검사료, 초음파영상료, 자기공명영상진단료(MRI), 선택진료비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항목과 진료비용을 조사, 분석해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6일 밝혔다.

복지부는 5월 15일까지 의견을 듣고서 9월 30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공공기관이나 인력·조직·전문성을 갖춘 법인·단체 등에 위탁해 병원 비급여 진료비용(증명수수료 포함) 등의 항목과 기준, 금액 등에 관한 현황을 조사·분석해 공개할 수 있게 했다.


비급여 진료비 조사 및 공개 대상은 의원급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이다.

이를 통해 복지부는 각 병원의 비급여 진료항목과 비용이 투명하게 드러나 상호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의 올바른 병원선택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나아가 결과적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낮추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차원에서 전국의 병원급 의료기관을 상대로 어떤 비급여 진료를 하며, 비용은 얼마나 받는지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비급여 진료항목은 병원이 제각각 가격을 매겨서 비싸게 받는다. 그렇기에 비급여 진료비는 가계에 주름살을 깊게 하면서 재난적 상황에까지 몰아넣는 주범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런 비급여 진료항목과 비용에 대해 정부는 단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병원들이 자율적으로 책자, 안내판, 홈페이지 등에 게시해 환자에게 알리도록 했을 뿐이다.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한 채 눈을 감다시피 했다.

이처럼 가계재정에 부담을 주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는 국가가 앞장서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았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5년 9월 10일부터 10월 8일까지 전국 16개 시도의 만20~69세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83.7%가 비급여 진료비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8.3%만이 비급여 진료는 국가(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영역이기에 병원이 자율적으로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8.0%는 모르겠다고 했다.

비급여 진료비는 매년 늘고 있다. 증가속도도 빠르다. 신의료기술의 발전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의료행위가 속속 등장하는 데다,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당국과 술래잡기를 하듯 가격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항목을 자체 개발해 비싼 가격을 책정해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비급여 본인 부담률은 2009년 13.7%, 2010년 15.8%, 2011년 17.0%, 2012년 17.2%, 2013년 18.0% 등으로 높아졌다. 가계의 의료비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초음파검사, 자기공명영상(MRI)검사,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의료비는 2009년 15조8천억원에서 2010년 17조9천억원, 2011년 19조6천억원, 2012년 21조4천억원, 2013년 23조3천억원 등으로 연평균 10.2%씩 늘고 있다.

이런 비급여 진료비 증가로 말미암아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0%에서 2010년 63.6%, 2011년 63.0%, 2012년 62.5%, 2013년 62.0% 등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 중에서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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