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교회를 하나님이 세상에 보낸(파송된; being sent) 선교적 공동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오늘날 한국교회는 세상에서 신뢰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2014년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에 대한 질문에 불교가 25%, 가톨릭이 18%, 기독교가 10%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 교회의 모습은 '선교적교회(미셔널처치, Missional Church)'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도시교회공동체연구소가 4일 서울시 종로구 동숭교회에서 개최한 제2회 새로운 교회의 표현들 세미나는 '선교적교회'를 소개하고 이를 지향하는 국내 교회와 기관 등의 사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는 목회자와 신학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선교적교회는 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이 '하나님의 선교'의 개념을 북미 교회가 처한 사회 현실에 적용해 제안한 교회론이다.
선교적교회는 어떤 특별한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으로부터 세상에 파송받은 선교적 공동체라는 인식에서 시작한다. 교회가 선교의 주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도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의 참여자로 파송을 받은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증언하는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장신대 성석환 교수는 "선교적교회론에서 중요한 것은 교회가 보냄을 받은 곳이 어디인지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교회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가를 고려하기에 앞서 과연 교회가 부름 받은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인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성 교수는 그동안 교회는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회는 바꾸려는 방식의 교회 중심적 선교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성 교수는 교회의 선교가 '변혁'에서 '참여'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자라는 것이다.
선교적교회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교회상은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지역사회가 필요한 일에 헌신하는 교회이다. 지역 사회 안에(in) 있는 교회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한(for)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미래교회, 지역 공동체의 원심 역할 해야
서울시 복지재단 대표이사인 임성규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선교가 개교회 중심적으로 진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교회의 선교가 종종 교회의 성과 목표나 교세 확장의 수단이 된 점, 교회 간 경쟁이나 교회별 중복 투자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던 점을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 목사는 교회가 지역 공동체의 원심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교회를 찾아오는 구조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또 지역사회내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소통하고 지역사회의 사회적 요구 변화를 고려한 조직적인 복지 활동을 지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제기된 선교적교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교회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를 숙고할 뿐 아니라 교회가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를 돕고 지역 공동체 구심의 역할을 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도시공동체연구소는 2010년 "교회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도록 지원하고 돕기 위해" 설립된 네트워크 연구 기관이다. 지역 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 자료 개발 및 세미나 등을 열어왔다. 이사장은 서울 모자이크교회 박종근 목사가, 장신대 성석환 교수가 소장으로 있다.
또 연구소는 2014년 선교적교회를 지향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인 선교적교회 네트워크를 만들어 목회자들이 토론하고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왔다. 운영위원장은 강남동산교회 고형진 목사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