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 딸·사위 말리다가 같이 결딴났어요"

'도박추방의 날' 기념예배…도박피해자 사례 발표

"도박중독에 빠진 딸·사위 말리러 왔다가…"

김모 씨(76·정선군 고한읍)는 "부끄럽지만 나 같은 사람이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도박 중독 피해를 알리고 싶었다"며 울먹였다.

경북 영양군에서 모텔·식당·노래방 등을 운영, 다소 여유 있는 생활을 하던 김씨가 처음으로 강원랜드를 찾게 된 것은 2010년께.

김씨는 "영양서 식당을 크게 하던 딸(47)과 사위(49.2015년 8월 사망)가 '먹는 장사'를 한다며 2005년께 정선으로 가고서 잘 사는 것 같더니, 5년쯤 지나 한 달이 멀다 하고 돈을 부쳐달라고 해 이상하다 싶어 확인하러 왔지요"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딸 부부를 만나고서 경악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강원랜드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딸 부부가 3억원 가량의 식당 보증금을 다 까먹고서 쪽방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남의 식당 주방에서 일하면서도 계속 도박에 빠져 사채까지 얻어 쓰고 있었다.


집으로 가자고 아무리 말려도 소용도 없었다.

'도대체 카지노가 뭔가?' 싶어서 난생처음 카지노에 발을 들여 놓았다.

김씨는 "처음에는 어깨너머로 구경만 하다 휘황찬란한 불빛, 요란한 기계 소리와 함께 수십만∼수백만원까지 터지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갔어요. 딸 구하러 왔다가 같이 결딴이 난거지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김씨도 6개월여 만에 약 8천만원을 날렸다.

5년 정도 도박에 빠져 딸 부부와 함께 허우적대던 김씨는 가진 돈을 다 잃고 무료급식소를 전전했다.

김씨는 다행히 1년여 전 지역에서 도박중독 예방활동을 펴는 고한남부교회 방은근(58) 목사를 만나면서 스스로 강원랜드 출입정지 신청을 하고 재활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도박중독에 당뇨·고혈압 등 지병까지 겹친 사위는 병원 약값까지 카지노에 털어 넣고 도박을 계속하다 지난해 8월 끝내 동맥경화로 젊은 나이에 숨지고 말았다.

사위가 숨지자 3일장도 치르기 전에 빚쟁이들이 몰려오고, 돈 갚을 길이 없던 딸은 아는 사람 소개로 충남 논산의 한 식당에서 일하기로 하고 선지급을 받아 겨우 빚을 해결했다.

김씨는 5일 정선군 강원랜드 본사 앞에서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 주최로 열린 '도박 추방의 날 기념예배'에 참석, 자신이 겪은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자신 같은 사람이 없길 바란다며 회한의 눈물을 보였다.

이날 기념예배 설교를 맡은 방 목사는 "정선·태백에서 1주일에 약 2명이 도박으로 자살하고 있다"면서 "강원랜드는 조속히 전자카드제를 시행하고 정부는 도박피해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의 모임은 앞으로 매주 강원랜드 본사 앞에서 도박자살자를 위한 추모예배를 하기로 했다.

한편 1922년 4월 5일은 우리나라에서 합법적 도박의 시초인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가 발족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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