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호손 테슬라 디자인스튜디오에서 2017년 말 배송이 시작될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출시를 발표하면서 전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한국출시를 공식 밝혔기 때문이다. 테슬라 홈페이지에는 출시국에 한국(South Korea)이 포함되어 있다. 이때문에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이 테슬라의 한국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아직 전기차 정책이 정비되지 않은데다 일부 출시되거나 출시예정인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의 상용 전기차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브랜드 중 가장 혁신적인 명품으로 꼽히고 있다.
◇ 첫번째, 가격은 반값인데 기술·안전성은 현존 최고
테슬라의 이번 상용 전기차 출시는 세번째다. 첫번째 모델은 2012년 출시한 프리미엄세단 '모델S'. 5인승 후륜구동으로 최고시속 193km, 제로백 5.2초, 한번 완충으로 약 350km를 달릴 수 있다. 트림별 가격은 6만3570달러(약 7300만원)부터다. 2015년 출시한 '모델X'는 테슬라의 첫번째 SUV 전기차다. 7인승으로 4륜구동, 최고시속 250km, 한번 완충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 제로백은 약 4초다. '문콕' 방지에 탁월한 '팔콘윙' 미래형 도어를 적용했다. 가격은 트림별 13만3000달러(약 1억5천만원)부터다.
이번에 출시한 보급형 '모델S'는 성능은 뛰어나면서 기존 테슬라 프리미엄세단 '모델S'의 반값이다. 5인승으로 완충시 최대 346km를 달리고 제로백은 6.2초다. 기본 후륜구동이지만 4륜구동 전환이 가능하다. 가격은 3만5000달러. 우리돈으로 약 4천만원이다. 완충시 최대 150km, 제로백 7.2초인 BMW의 4인승 전기차 i3 가격이 6천만원대인 것을 것을 생각하면 가히 파격적인 가격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와 IT 업계가 테슬라를 주목하는 이유는 앞서가는 기술력에 있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였고, 우주여행 스타트업 스페이스X의 CEO이기도 한 캐나다계 미국인 일론 머스크가 2003년 세운 테슬라는 다른 자동차 업계에 비하면 큰 규모는 아니지만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핵심 배터리 기술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및 연료 셀 분야에 집중적으로 특허출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전기차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슈퍼 차저' 특허를 개방했다. 누구나 충전 시스템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전기차는 리튬폴리머 전지를 대부분 사용하지만 테슬라는 노트북에 사용하는 18650 소형 리튬이온 전지 약 7천개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배터리와 자동차 성능의 향상은 물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다. 외형은 4도어지만 프리미엄 스포츠쿠페를 닮았다. LED 헤드램프와 LED 리어램프를 기본으로 첨단 사양을 탑재했다.
'모델3'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오토파일럿'을 기본적으로 적용했다. 이를 위해 차량 외부에 4m 이내의 사물을 감지하는 12개의 울트라소닉 센서, 레이더와 보행자를 인식하는 카메라, GPS와 실시간 교통정보를 아우르는 데이터 통합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자동 차로변경 기능과 자동 속도조절 기능, 자동 평행주차 기능, 자동 긴급정지 기능은 물론 전자 보조 브레이크 시스템을 추가하여 자율주행 중에도 운전자가 안전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10초마다 한번씩 운전자가 핸들을 잡아야 하고 아직 외부기관으로부터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았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테슬라는 지난해부터 이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주고 있다.
안전성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THSA) 기준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받았다. 차체는 고강도 알루미늄과 강철로 이루어져 있고 초강화유리를 적용한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도 눈길을 끈다. 전폭은 '모델S'(1963mm), '모델X'(2083mm)보다 작지만 전고는 '모델S'(1435mm)와 거의 같다.
테슬라 전기차의 트렁크는 두개다. 엔진룸이 비어있어 앞쪽 본네트를 열면 또다른 트렁크 공간이 있다. 차는 준중형 크기지만 짐을 많이 실을 수 있어 적재 효율성이 높다. 또 급속충전 기능인 '슈퍼 차징'이 지원된다.
내부는 성인 5명이 탑승한다. 테슬라에 따르면 프리미엄세단 전기차 '모델S'에 비하면 다소 작아졌지만 충분한 레그룸과 공간을 확보했다. 공개된 인테리어는 단순하면서도 디자인은 고급 스포츠카 못지 않다. 특히 계기반이 없고 대신 15인치 가로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중앙 콘솔에 탑재되어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실행과 비슷하다. Wifi와 3G를 지원하며 라디오나 음악재생, 에어컨 조절, 선루프 개폐, 좌석별 온열시트 온도 조절, 유리열선 조절, 내비게이션, 인터넷 검색 등이 가능하다. 차체 높이와 핸들림 감도 설정, 브레이크 민감 설정까지 조절할 수 있다. 현재 3G 통신망 사용료는 테슬라가 부담하고 있다. 테슬라는 향후 속도개선을 위해 4G 통신망인 LTE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모델3'가 한국에도 출시되지만 테슬라 한국매장이 없기 때문에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예약주문이 가능하며, 보증금 1000달러를 내야한다. 주문 고객은 2017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배송받게된다.
테슬라는 양산형 '모델3'의 추가 옵션과 3가지 정도의 트림을 골자로 세부적인 스펙 정보와 배송방법은 추후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 두번째, 차량 유지비 '제로'에 도전…정부·지자체 지원받으면 '반값'
테슬라는 순수한 전기자동차다. 시중에 일부 판매되고 있는 전기와 가솔린이 함께 탑재된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연료비는 매우 적거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미국 기준으로 테슬라 전기차의 완전충전(10시간 기준)에 드는 전기료는 약 9달러. 1년 전기요금은 약 610달러(약 70만원)에 불과하다. 한번 완충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340여km다.
테슬라는 자사 급속충전 스테이션 '슈퍼차저'를 통해 테슬라 고객에게 무료로 전기를 제공한다. 30분 급속충전으로 270km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 테슬라는 대형마트 등 다중시설에 급속충전 시설을 2대까지 무료로 설치해준다. 앞으로 테슬라의 충전소가 늘어난다면 연료비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구매 고객에게도 가정형 충전기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의 핵심 운행모드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무료다. 통신망 사용도 테슬라가 지원하기 때문에 통신료도 사실상 '제로'다.
테슬라의 전기차 엔진룸에는 워셔액 투입구만 있다. 트렁크 하단부에는 모터와 컨버터가 위치해있고 차체 밑면은 리튬이온 전지로 구성된 배터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 자동차의 복잡한 내연기관이 아예 없는 셈이어서 타이어를 빼면 부품소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 정부는 전기차 지원 정책으로 대당 최대 1200만원(승용 및 상용차 기준)의 구매 보조금을 지원하고 지자체의 경우 최대 800만원, 서울시는 500만원을 지원한다. 또 400만원의 세제혜택(개별소비세, 교육세, 취득세 감면)이 더해지고, 가정용 완속 충전기도 정부가 400만원을 별도로 지원한다. 서울시 거주 기준 약 2500만원의 지원을 받는 셈이다. 선착순이지만 국내 보급량을 수준을 보면 해당사항에 큰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언제까지 이 지원책이 유지될지 알 수 없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나설 것으로 보여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일단 먼저 신청하는 편이 좋다.
또, 미국산 전기차에 대해서는 올해부터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수입 관세 걱정도 사라지게 됐다.
국내 전기차 구매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5712대로 집계됐다. 정부나 지자체의 관용차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와 르노삼성이 전기차 생산에 본격 시동을 걸었고, GM코리아도 경차를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비하면 아직 가격과 성능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 세번째, 한국에는 없는 차…젊은 층 '취향저격'
취업포털 커리어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나이는 평균 3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첫 차의 배기량은 준중형급이 가장 많았다. 차종은 세단이 압도적이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서도 3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차량 구매가 늘어나고 소형차량보다 고급차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영향과는 반대로 과시형 풍조가 늘어나면서 자동차 구매자들의 취향이 경제적인 가격에 고사양을 갖춘 자동차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특히 비슷한 가격이라면 수입차를 선택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자동차전문리서치 마케팅인사이트에 따르면, 가격과 유지비가 많이 들어도 수입차를 선택하는 이유로 브랜드와 자동차 모델의 평판, 내구성과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생각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급형 '모델3'은 유려한 디자인과 스포츠카에 비견되는 성능, 저유지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아직 멀었다'는 핀잔을 받아온 전기자동차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놨다. 테슬라의 판매 및 AS 정책이 전기자동차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수입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직장인 오정인(29·여)씨는 "부모님이 이미 고급 수입차를 타고 계신데, 2년 전에 취직하면서 작지만 연비도 좋고 수입차라는 이미지때문에 부모님이 일본 하이브리드 차를 선물해주셨다"며 "이번에 테슬라 전기차 소식을 듣고 디자인이나 성능도 좋아보여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도 앞두고 오랫동안 '뚜벅이' 생활을 해온 직장인 강주혁(36)씨는 주말동안 테슬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여러번 반복했다. 예약주문 때문이다. 강씨는 "처음에는 테슬라 '모델3'이 나왔다는 소식에도 평소 전기차에 관심이 없어 그려려니 했는데 그동안 생각했던 전기차 수준이 아니었다"며 "한국에도 출시를 한다고 하니 가격이랑 AS, 충전시설이 괜찮으면 구매를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외제차'라는 이미지와 똑같은 차가 많은 한국에서 테슬라의 '희귀성'도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744만대의 주행거리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43.9km로 나타나 2002년 61.2km와 비교해 17.3km 줄었다. 승용차의 경우 37.6km로 1년에 1만3724km를 운행한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이 확충되고 가구 평균 차량 보유대수가 늘면서 장거리 운행이 줄었다. 전기자동차로도 충분한 패턴이다.
전기자동차로는 멀리 못간다는 우려는 최대 400km를 운행하는 테슬라 때문에 바뀌었고, 관공서용 저속 친환경 자동차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제로백 5초를 주파하는 테슬라 때문에 바뀌었다. 전기자동차는 마트에 장보러가는 생활형이라는 오해도 고급 스포츠카를 닮은 바디에 첨단 시스템 탑재, 최고등급 안전성을 인정받은 테슬라가 바꾸어 놓았다. 특히 미래형 이동수단이라며 값도 비싸고 충전과 유지관리가 애매하다는 불안감도 테슬라가 바꾸어 놓았다.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한국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