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멕시코 공식 방문 이튿날인 3일(현지시간) 한-멕시코 문화교류행사가 열린 멕시코시티 테아트로 메트로폴리탄은 한류 팬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온통 뜨거웠다.
한류 팬들은 화창한 날씨 속에 공연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케이 소울 인 멕시코'(K soul in Mexico)라고 새겨진 간판이 내걸린 공연장 밖에서 긴 줄을 섰다.
안드레라 라마네스(25·여)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가요와 드라마를 접해왔다.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문화와 경제 교류가 더 확대될 것으로 희망한다"며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와 공연장을 찾은 그는 자신을 빅뱅의 팬이라면서 3개월 전부터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국기원의 정통 태권도 공연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K팝 공연,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멕시코 카메라타 관현악단의 '아리랑 연곡' 및 '베사메 무초' 협연, 멕시코 전통공연, 비보이 공연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극장 1, 2층을 가득 메운 멕시코 한류팬 3천200명은 공연 내내 열정 섞인 함성과 '떼창'으로 화려한 무대에 화답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관객들은 무대 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인피니트 뮤직 비디오가 상영되자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공연 예정시간보다 5분가량 늦게 흰색 상의에 연보라색 치마 차림을 한 박 대통령이 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맞았다.
박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오른손을 들어 화답한 뒤 극장 1층 중앙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첫 무대는 하회탈을 쓴 비보이 공연단이 장식했다. 관객들은 숨죽인 채 비보이 7명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지켜봤다.
머리에 깃털을 쓰고 고대 원주민 복장 차림을 한 멕시코 전통 공연인 실람(Silam)에 이어 무대에 오른 국기원 시범단도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국기원 시범단이 절도 있는 태권무와 함께 화려한 격파술을 선보이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경탄했다.
시범단은 태극기와 멕시코 국기를 휘날리며 텀블링한 뒤 멕시코 모자와 옷을 입고 '라밤바'와 '강남 스타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시범단이 대형 태극기와 멕시코 국기를 게양하며 공연을 마무리하자 박 대통령을 비롯한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서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쳤다.
태권도 인구가 200만 명인 멕시코의 경우 2011년 세계 유일의 태권도 프로리그 'TK-5'가 창설되는 등 태권도가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으며 한류 팬이 14만 명에 달할 정도로 중남미 한류 바람의 중심이 되고 있다.
국기원 시범단에 이어 국립음악원 창작악단과 멕시코 카메라타 관현악단은 무대 뒤 대형스크린에 수묵화 배경이 펼쳐진 가운데 아리랑 연곡과 베사메무초를 협연했다.
공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가 장식했다.
인피니트 멤버들이 스페인어로 오후 인사를 건네며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고막이 아플 정도의 함성으로 맞이했다.
인피니트는 멕시코 한류 팬들에게 'BAD', '러브레터', 'BACK' 등 3곡을 선사했다.
인피니트의 한 멤버가 하트 모양으로 열띤 호응에 감사해 하자 여성 팬들은 '인피니트'를 연호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오른 박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 관객들로부터 열띤 환호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오늘 여러분이 공연에서 보셨듯이 양국이 협력해 아주 멋진 하모니를 이뤄내는 것을 보며 '두 나라가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세계무대에 선보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며 공연을 지켜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문화를 더욱 사랑해주시고, 저도 오늘과 같이 문화를 통해 두 나라가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무차스 그라시아스, 아디오스'(대단히 감사합니다. 안녕)라고 인사한 뒤 공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무대를 떠났다.
마리엘라 레이레스(15·학생)는 "몇 해 전 우연히 사극을 보고 한국의 문화에 매료됐다"면서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어 공연장에 왔고, K-P0P 가수들의 환상적인 춤과 노래를 들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50여 분간 진행된 한류 공연이 못내 아쉬운 듯 한국어로 "사랑해"를 외치며 자리를 좀처럼 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