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멕시코 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중남미 최대의 인류학 박물관인 '국립인류학박물관'을 방문해 안또니오 사보릿(Antonio Saborit) 박물관장 및 호세 루이스 마르띠네스(Jose Luis Martinez) 문화부 국제협력대사의 안내로 멕시코 고대유물을 둘러봤다.
국립인류학박물관은 아즈텍·마야 및 스페인 통치기 등 다양한 문명과 관련된 약 60만점의 유물을 소장한 세계적 박물관이다.
마야관-떼오띠우아칸관-아즈텍관 등을 돌며 10여개의 유물을 관람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사보릿 박물관장 등의 설명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유물에 대해서는 디딤돌에 올라서서 자세히 살펴보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관람을 마친 뒤 방명록에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이 인류 문명의 보고로 세계인의 마음에 남길 바랍니다. 2016. 4. 3.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었다.
이번 멕시코 공식방문을 계기로 우리 국립중앙박물관과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간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이 추진 중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오후에는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개최된 '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을 관람했다. 약 1시간 가량의 이 공연에서 국기원의 정통 태권도 공연, 인기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K팝,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멕시코 카메라타 관현악단의 협연 등이 이어졌다.
이번 공연 관람은 중남미 한류열풍의 주역인 태권도와 K팝에 대한 현지반응을 확인하고, 이를 더 확산시키기 위한 문화정상외교의 일환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멕시코에서는 200만여명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한류 팬도 14만여명에 달한다.
실제로 이번 공연 관람객 인터넷 공모는 반나절만에 마감됐고, 접속자가 너무 몰려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뒤 관람객들에게 "양국이 협력해 아주 멋진 하모니를 이뤄내는 것을 보며 '우리 두 나라가 좋은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세계무대에 선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공연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같이 문화를 통해 두 나라가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가 하나 되게 하는 흥겨운 공연을 펼친 여러분께 감사 드리고, 오늘 자리를 해준 멕시코 국민들께도 감사드린다"고 인사해 박수를 받았다.
태권도 수련생이라는 앙헬 움베르토(20)는 "태권도가 정말 아름다운 예술이다. 태권도를 더욱 열심히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공연 관람 소감을 말했다. K팝을 좋아한다는 여성 노르마 세실리아(20)는 "인피니트를 보게 돼서 너무 좋았다. K팝이 좋아서 전통음악과 음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보도된 중남미 유력 일간지인 '엘 우니베르살'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양국간 조속한 무역·투자 확대와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체결된다면) 상호 윈-윈의 결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간 북한이 고립 탈피를 위해 중남미와의 관계 증진을 추진해온 점을 고려할 때 북핵 포기 유도 과정에서 중남미 국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2개면에 걸쳐 인터뷰를 게재하고, 전날 관련 칼럼을 실었던 '엘 우니베르살' 외에도 여러 현지언론에 박 대통령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엑셀시오르'(Excelsior)는 이날까지 3일 연속, '라 호르나다'(La Jornada)는 2일 연속 박 대통령 방문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밀레니오(Milenio·2일자), 레포르마(Reformar·3일자), 엘 솔 데 멕시코(El Sol de Mexico·3일자) 등 일간지 역시 박 대통령 관련기사를 실었다.
박 대통령은 방문 3일차인 4일에는 뻬냐 니에또 멕시코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특히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교역·투자 등 경제 협력, 교육·문화·스포츠 등 교류증진, 북핵 문제 관련 공조강화 등 광범위한 의제를 다룰 계획이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박 대통령은 한·멕시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민간 경제교류 활성화를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