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맹주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일전을 치르기 위해 안 대표는 2일 호남 원정길에 올랐다.
◇ “새누리당 이탈자 담겠다“ 중도보수 표방
안 대표의 첫 행선지는 전북 김제시 부안군 지역구였다.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 지지자들의 초록색 물결로 뒤덮인 김제전통시장 앞 삼거리에 안 대표가 나타났다. 안 대표의 등장은 일대에 교통체증까지 일으킬 정도였다.
안 대표는 호남 첫 유세에서 수도권에서의 “제3당 혁명”과는 다른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는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합리, 개혁적인 이탈자들을 담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30% 이하로 추락시키고 반드시 정권교체 가능한 정당을 건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몰려든 지지자들도 ‘안철수’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 “수권정당” 천명, 더민주‧김종인에 날선 비판
안 대표는 이어 전북 최대 격전지인 전주 덕진에 도착했다. 그는 본격적인 유세에 나서기 전 이 지역구 정동영 후보와 함께 덕진체련공원에서 펼쳐진 축구 행사에 참여했다. 축구화까지 신고 골 사냥에 나선 정 의장은 두 골을 기록하며 득점포를 뿜었지만, 안 대표는 정적인(?) 움직임 끝에 무득점에 그쳤다.
하지만 경기 후 곧바로 유세차에 올라서는 더민주에 대해 예리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틀간의 강행군으로 목은 잔뜩 쉬었지만 “2등에 안주하는 더민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 더민주 대신 수권세력을 만들 것”이라고 외치는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있었다.
특히 안 대표는 전날부터 호남을 찾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수권능력 없는 정당’이라고 국민의당을 비판한 데 대해 “왜 그렇게 자아비판을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웃음으로 응수했다.
지원유세에 동반한 천정배 공동대표는 "친문(친문재인)패권을 청산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해낼 수 없는 세력으로, 대선에서 한계가 드러났다"고 더민주를 직격하면서 “이번에도 더민주 후보를 당선시키면 결국 호남은 패권세력의 하청업자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박주현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더민주는 그동안 호남을 마치 '표셔틀', 표나 주는 ‘뒷방 늙은이’ 취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안철수와 DJ
익산을 거쳐 안 대표의 차는 전남 목포 평화광장에 도착했다. 완연한 봄 날씨에 흐드러진 벚꽃 아래를 지나며 안 대표는 구름 같이 몰려든 지지자와 당원들에 둘러싸여 한 명씩 악수들 나눴다.
광장에 모인 국민의당 지지자들은 미래로 나가겠다는 안 대표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억을 투영하려는 듯 ‘안철수’에 대한 연호가 ‘김대중’으로 바뀌기도 했다. 유세차량에는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권노갑 상임고문이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권 고문은 "더민주의 친노패권주의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호남을 배신했다“고 규정했다.
광주 수완로에서 열린 권은희 의원의 유세에서도 DJ 바람이 불었다. 지원 연설에 나선 박지원 의원은 자신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소개했다.
안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뉴DJ에 대한 갈망으로 받아들인 듯 “변화의 열망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표가 당대표가 된 것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그에게 당권을 맡긴 문재인 전 대표는 광주 5·18 영령들을 배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저녁식사를 겸해 방문한 대인 토요시장 인근에서는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시민들이 몰려 또다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안 대표는 저녁자리에서 “이기자 아자자!”라는 건배사를 끝으로 호남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안 대표는 3일 오전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전남 순천과 광양, 여수를 돌며 호남 순회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