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단과 갈등을 겪고 있는 까닭이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 두산의 우승을 이끈 뒤 FA(자유계약선수)로 풀려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했다.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약 82억 원)에 계약했다. 시즌 전만 해도 김현수는 팀의 주전 좌익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입지가 달라졌다. 타율 1할대의 부진을 보이자 "기회를 주겠다"던 벅 쇼월터 감독은 "개막 25인 로스터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드러냈고, 댄 듀켓 단장까지 지역 언론을 통해 김현수를 압박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김현수가 스스로 선택하라는 압박이었다.
이에 김 감독은 "김현수가 많이 심난할 것"이라고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그냥 하던 대로만 하면 되는데 본인이 무언가 변화를 주려고 하다 보니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김현수에 대한 굳건한 믿음도 드러냈다. 코치, 사령탑과 선수로 맺은 사제지간에 앞서 같은 학교 선후배로 누구보다 김현수를 잘 아는 김 감독이기에 더욱 단단한 신뢰였다.
김 감독은 "구단이 압박을 해도 현수도 만만치 않게 대응하더라"면서 "원래 수유리 출신들이 강하게 자라서 기도 세다"고 말했다. 김 감독과 김현수는 서울 수유동 옆인 미아동에 위치한 신일중, 고 출신이다. 둘의 초등학교는 다르지만 역시 수유동과 미아동,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지역이다.
이어 김 감독은 최근 김현수와 주고받은 문자 내용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카카오톡으로 '너는 김현수다'라고 격려했더니 강아지 이모티콘과 함께 '고맙습니다'는 답이 왔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개고맙습니다'는 뜻"이라고 웃었다. '개'는 최근 상황을 강조하는 접미사 정도로 쓰인다.
김 감독은 또 취재진에게도 김현수에 대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요즘 관련 기사의 사진에서 현수 표정이 너무 좋지 않더라"면서 "사진이라도 좀 웃는 것으로 붙여달라"고 농담섞인 부탁을 했다.
김현수는 이날 미국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시범경기를 마친 뒤 지역지 볼티모어 선과 인터뷰에 응했다. 구단이 마이너리그 강등을 요청한 이후 김현수가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리그 잔류 의사를 다시금 분명하게 밝혔다. 김현수는 "에이전트가 밝힌 내용의 내 의견과 같다"면서 "모든 일을 에이전트와 상의해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속한 리코스포츠 에이전시는 전날 "김현수가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MLB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김현수는 기존 계약이 성실하게 이행되고 공정하게 출전 기회를 보장받아 빅리거로서 선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전트의 공식 입장을 김현수가 한번 더 확인한 것이다. 계약 사항인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개막 25인 로스터에 넣거나 2년 연봉 700만 달러(약 82억 원)를 주고 방출할 수밖에 없다.
개막 명단에 올라도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현수는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김현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열심히 훈련하면서 감독이 출전 기회를 줄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면서 "경기에 나서지 않아도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현 상황에 대한 팀내 분위기도 전했다. 김현수는 "여러 얘기가 오가지만 팀 동료는 나를 예전처럼 대한다"면서 "생활에 불편함은 없다"고 밝혔다. 일단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의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더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수유리 출신으로 강한 멘탈을 다시금 확인한 김현수. 과연 본인의 바람대로 MLB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