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PARTY' 즉, 가족 모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적인 가족이 그러하듯 혈연이나 혼인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채권ㆍ채무'로 얽힌 사이였다.
이날 모임을 마련한 P2P 대출업체 '펀다(www.funda.kr)'를 통해 돈을 빌려준 투자자와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들이 신년행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이었다.
어감부터 삭막하고 건조한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인데다 이전까지 생면부지였지만, 이날 모임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투자자 김 모(31) 씨는 1일 "신선했다. 아주 훈훈하고 정말 가족 같았다"고 그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씨는 "원금 손실 걱정도 없지 않았는데 투자를 받은 사업자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며 친밀감과 신뢰를 쌓다 보니 불안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껄끄러운 게 일반적이고 때론 갈등도 불가피한 채권자ㆍ채무자 관계에서 뜻밖의 신선함과 훈훈함을 경험한 김 씨는 '금융이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채무자인 사업자들에게도 이번 모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 모(35) 씨는 "꼭 성공해서 투자자들과 결실을 나눠야겠다고 의지를 다진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최근 P2P 금융이 활발해지면서 익명의 투자자들과 사업자가 대출 성사 이후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대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P2P 금융 선두주자인 '8퍼센트(www.8percent.kr)'는 지난해에 이어 지난 2월에도 투자자들이 자신들이 투자한 수제맥주집을 방문하는 행사를 열었다.
P2P로 대출을 받은 사업자가 투자자에게 사례 차원에서 제공하는 '리워드' 즉, 사업자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등도 투자자와 사업자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P2P 대출업체 '빌리(www.villy.co.kr)'를 통해 사업 자금을 융통한 유명 막걸리 전문점은 요리 및 창업 교육을 투자자들에게 리워드로 제공하기도 했다.
오프라인 모임과 리워드를 통해 투자자와 사업자 간 연대감이 강화되면서 투자자는 단순 투자자를 넘어 사업자의 응원자, 후원자가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투자한 업소를 널리 알리고 이용을 권유함으로써 매출 증대에도 힘을 보탠다.
펀다 FAMILY PARTY에 참석했던 투자자 김 씨는 "투자한 매장 일부를 마치 내가 소유한 느낌이어서 홍보 등에 적극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핀테크'를 바탕으로 금리 연 10% 안팎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P2P 업체들이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에도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