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으로 나섰던 지난해 개막전과는 천양지차였다. 지난해 구자욱은 군 제대 후 데뷔 처음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다. 당시 구자욱은 "우상인 이승엽 선배와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황송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와는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구자욱은 지난해 주전 보장이 되지 않아 주축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를 메우는 처지였다. 그러다 1루수 채태인(현 넥센), 우익수 박한이, 3루수 박석민(현 NC) 등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며 주전을 꿰찼다.
하지만 올해는 당당히 삼성의 1루수다. 지난해 116경기에 출전, 타율 전체 3위(3할4푼9리), 11홈런 57타점 97득점 17도루의 빼어난 성적으로 신인왕까지 올랐다. 출루율도 4할1푼7리 장타율도 5할3푼4리를 찍었다.
이런 구자욱을 위해 삼성은 베테랑 채태인을 넥센으로 이적시켰다. 김대우를 받으면서 불펜을 보강했다고는 하나 구자욱의 확실한 주전 보장 성격이 짙었다. 구자욱은 올해 삼성의 새 유니폼 모델로도 나서기로 했다. 이제는 삼성의 얼굴인 셈이다.
경기 전 구자욱은 "지난해는 설레고 무언가 붕 뜬 기분이었다"고 돌아보면서 "하지만 올해는 긴장되거나 하진 않는다"고 개막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난해는 처음 1군 투수들을 상대한다는 기분이 있었지만 올해는 한번쯤 겪어봤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활약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신인왕이거나 그에 버금가는 활약을 한 선수들은 적잖게 '2년차 징크스'를 겪곤 한다. 그러나 구자욱은 "징크스나 이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올해도 훈련을 열심히 했으니 왠지 지난해보다 더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구자욱은 돋보였다. 15경기 타율 3할4푼6리(52타수 18안타) 6타점 출루율 4할1푼4리를 기록했다. 2년차에 더 큰 활약을 꿈꾸는 사자군단의 첨병이 올해 어떤 활약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