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4월1일.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A씨는 인천에서 출마한 한 열린우리당후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비방글을 쓰기 시작했다. 후보의 자녀가 인천 지역이 아닌 서울 학교를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서두에 이 글이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적었다. 마지막 부분에도 "진짜일까 거짓일까?(알아서 판단하시길) 오늘은 만우절입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수사를 받은 끝에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법정에 선 A씨는 결백을 주장했다. 비방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저 만우절 장난을 쳤을 뿐이라고 했다. 특히 글 앞뒤에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점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그의 '만우절 거짓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인터넷을 이용하여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주려 했다"며 다른 비방글을 쓴 혐의 등을 포함해 그에게 벌금 50만원 형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2심 서울고법 역시 "선거 즈음에 특정 정당·후보자를 반대하고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분위기를 해친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A씨의 사례는 대법원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scourtkorea)에 만우절 전날인 지난달 31일 소개됐다.
대법원은 올해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을 개설해 일반인과 소통 중이다. 다양한 판결 사례와 법률 상식, 법원 소식 등을 소개한다.
대법원은 "만우절이라고 해도 타인을 비방하거나 속이는 것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순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