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몇 개 없는 '8캐럿 다이아' 바꿔치기한 보석상

30년 경력 전문가 "실물로 본 적은 없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8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007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수법으로 바꿔치기한 보석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다이아몬드는 30년 경력의 보석 전문가도 직접 본 적이 없을 정도로 희귀하고 가격도 2억6천만원에 달한다.

서울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6월 24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평소 거래하던 전당포 주인 B(54)씨를 만났다.

A씨는 보석상가에 "돈이 급해 보석을 팔러 다닌다"는 소문이 날까 봐 B씨와 일부러 약속장소를 카페로 정했다.

A씨는 평소 하던 대로 급전이 필요하다며 8캐럿 다이아몬드를 B씨에게 맡기고 1억6천만원을 빌렸다.

다이아몬드를 팔아 돈을 마련하면 될 일이지만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고가의 8캐럿 다이아몬드를 사겠다는 사람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돈을 빌려 간 뒤 10일이 지났을 때쯤 B씨는 A씨에게 돈을 갚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맡긴 다이아몬드를 팔아 빌린 돈을 갚을 테니 잠시 돌려달라"며 B씨를 서울시 강남구의 한 호텔로 불러냈다.

B씨는 A씨와 이전에도 수차례 보석을 받고 돈을 빌려주며 정상적인 거래를 해왔던 터라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B씨와 만난 A씨는 다이아몬드를 돌려받고 "호텔 지하에서 다이아몬드를 살 사람을 만나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약속장소를 빠져나온 A씨는 지하 1층 화장실로 가 진품 다이아몬드를 미리 준비했던 큐빅 모조품과 바꿨다.

다시 약속장소로 돌아온 A씨는 태연하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며 바꿔치기한 모조품을 건넸다.

A씨가 바꿔치기한 다이아몬드는 전문가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품과 흡사했다.

B씨는 A씨가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오지도 않고 연락도 뜸하자 다이아몬드를 처분하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A씨의 다이아몬드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B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A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 사이 A씨는 다이아몬드를 되팔기 위해 홍콩으로 건너가 진품 감정서를 재발급 받기까지 했다.

A씨를 의심한 B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A씨의 행각은 들통이 났다.

박치수 주얼팰리스 전무는 "30년 넘게 귀금속 관련 일을 해 왔지만 8캐럿짜리 다이아를 본 적은 없다"며 "국내 시장에서 거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 다이아몬드 외에도 루비 진주, 사파이어 등 보석 60점(시가 3억5천만원 상당)을 B씨에게 맡긴 뒤 같은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B씨는 A씨와 평소에도 수차례 보석 거래를 했기 때문에 믿고 다이아몬드를 잠시 돌려줬던 것 같다"며 "A씨를 상대로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1일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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