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하면 특정 대기업 특혜 논란을 없애기 위해 5년으로 줄인 특허기간은 3년도 안 돼서 다시 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됐다. 조변석개식 정책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도 바닥에 떨어졌다.
지난달 7일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을 7월 중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3월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 그러면서 “특허발급요건이나 기간, 수수료 등이 모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공개한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에서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가 쏙 빠졌다. 정부는 “시내 면세점 특허발급 검토는 4월 말 발표할 계획”이라며 그 시기를 다시 한 달 더 연기했다.
오락가락 정책에 죽어나는 것은 면세점 업계, 특히 폐업을 앞두고 있는 면세점 직원들이다. 석 달 뒤에는 문을 닫게 되는 SK 워커힐점이나 롯데 월드타워점 종사자들은 혹시라도 면세점이 살아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또, 5년으로 줄인 특허기간을 10년으로 다시 연장시켜 준 것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 5년으로 줄일땐 언제고.. 정부가 실패 자인한 꼴
지난 2013년 개정된 관세법은 당시 롯데와 신세계 같은 대기업들이 면세점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문제를 시정하고, 시장의 경쟁구도를 촉진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특허기간이 단축된 지 불과 3년 만에 기간을 다시 10년으로 늘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꿨다. 기존 목적대로 시장의 독과점을 타파하는 효과를 거뒀는지 평가를 해보는 시간도 없이 정책이 급변경된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결국 정부나 국회가 스스로 실패를 자인한 꼴”이라며 “면세점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대기업의 요구만 들어주는 모양새로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허권을 박탈당한 롯데 월드타워점이나 SK워커힐점은 부활 가능성의 희망을 놓지 않고 있고, 지난해 면세권 획득 전쟁에서 쓴잔을 맛본 현대백화점이나 이랜드 등은 신규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이들에 맞서 지난해 새로 면세점 특허를 획득한 한화, 두산 등은 추가로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 방어전에 나설 태세로, 올해 또 한 번의 이전투구가 예고되고 있다.
결국 면세점 업계의 정책 리스크를 줄여주겠다던 면세점 제도 개선방안은 오히려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키는, '조변석개'식 대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