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총선 후보들 왜 맞짱토론을 줄줄이 거부할까?"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20대 총선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31일부터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인 31일부터 선거일 전일인 오는 4월 12일 자정까지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일이 13일에 불과하다보니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면면을 알기 어렵다. 이미 알려진 현역의원이 있지만 4년간 의정활동을 제대로 했는지 알기 어렵고, 새로운 후보자의 경우 어떤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지? 또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선관위에서 공식적인 후보자토론회를 열기도 하지만 언론사들이 지역별, 선거구별 유력후보자간 맞짱토론이나 공개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현역의원이나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자들이 토론을 거부하는 후보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20대 총선 후보들 왜 맞짱토론을 줄줄이 거부할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자료사진)
▶ 맞짱토론 후보들을 섭외하기 너무 어렵다

= 그렇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몇차례 맞짱토론을 열었다. 경남 김해을의 새누리당 이만기 후보와 더민주 김경수 후보간 토론을 시작으로 경기 용인 정 선거구의 새누리당 이상일 후보와 더민주 표창원 후보간 토론이 이뤄졌고, 전북 전주병의 더민주 김성주 후보와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간 토론을 했다.

CBS가 맞짱토론을 추진하는 지역은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출마하거나 전국적으로 관심을 끄는 인물들이 도전장을 던진 선거구이거나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는 지역구다.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vs 더민주 정세균 후보간 토론회를 추진했지만 오세훈 후보측에서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 마포을에서는 새누리 김성동 후보와 더민주 손혜원 후보간 토론을 추진했지만 손 후보가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

경기도 남양주갑 선거구에서는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와 더민주 조응천 후보간 맞짱토론을 추진했지만 심장수 후보측에서 거부했다. 고양시 덕양갑 선거구의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간 토론회는 심 후보가 거부했고 수원시 무선거구의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와 더민주 김진표 후보간 토론회는 김 후보쪽에서 거부했다.

대구시 수성구갑 선거구의 새누리 김문수 후보와 더민주 김부겸 후보간 토론회는 김부겸 후보가 거부했고 경남 창원 성산구의 새누리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간 토론회는 강 후보가 거부했다. 전남 순천의 새누리 이정현 후보와 더민주 노관규 후보간 토론회는 이정현 의원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왼쪽)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
▶ 오세훈 후보는 대선주자급인데 왜 토론을 거부하는 것이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방송출연도 자주했고 토론도 잘하는편인데 거부했는데 아무래도 동시 토론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는 돌발 질문들이 나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세훈 후보측 관계자가 "(동시토론은) 뜻하지 않은 질문이 나올 우려 때문에 안 된다"고 해서, 순차적으로 인터뷰 하는 식으로 하자고 다시 요청했더니 "라디오 인터뷰는 안 한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왼쪽),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후보 (사진=자료사진)
▶ 더민주 손혜원 후보는 당 홍보위원장아니냐? 토론을 왜 거부하는 건가?

= 손 후보는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 된 지역에 전략공천됐다. 그러다보니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측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손 후보가 늦게 지역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전략공천 되어서 지역현안에 대한 준비가 덜 됐기 때문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순천지역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인터뷰 요청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만하면서 "당선 된 뒤에 인터뷰를 하겠다"는 말로 비켜갔다.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왼쪽)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후보 (사진=자료사진)
▶ 검사 출신끼리 맞붙는 경기 남양주 갑도 전국적인 관심지역인데?

= 그렇다.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는 사법연수원 12기고 더민주 조응천 후보는 18기이니까 심장수 후보가 검찰 선배다.

심장수 후보는 대검 형사과장과 강릉지청장을 지냈고 조응천 후보는 수원지검 공안부장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심장수 후보 측에서는 맞짱토론을 거부하는 이유로 "유명인물과 말을 섞는 토론을 피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조응천 후보의 인지도를 높이는 걸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심 후보는 조응천 후보가 토론에 능한 반면 자신은 토론에 약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맞짱토론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선거 때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후보들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수단이 방송토론인데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이를 기피하는 이유는 뭔가?

= 많은 후보자들 특히 이미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언론인터뷰에 사활을 걸기도 한다. 또 각 정당의 공천을 받았더라도 인지도가 낮은 신인일 경우 이름을 알리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방송토론이다.

후보자들이 토론을 기피하는 건 여섯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큰 폭으로 앞서 있거나 유리한 현역의원들이 주로 토론을 기피한다.

서울 종로의 오세훈 vs 정세균의 경우 일부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니까 토론을 거부하는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약세였으면 적극적으로 토론에 응했을 것이다.

춘천에서는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에 맞서 더민주 허영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로 선출됐지만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김진태 후보가 토론을 거부하고 있다며 두 후보자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허영 후보는 김진태 후보가 토론을 고의로 기피하고 있다며 "김 후보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방송토론을 기피해 시민들의 비난을 샀던 장본인으로, 초라한 의정활동과 막말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회피해보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태 후보측에서는 "법정토론 1회 외에도 1회 더 출연한다며 준비된 토론회 준비나 잘하라"고 맞서고 있다.

두 번째는 상대후보와의 '격'의 차이 때문이다. 당 대표급이나 원로 정치인의 경우 신인정치인들과 맞짱토론을 기피한다.

경기 고양 덕양갑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대표이고 선대위원장이다. 그런데 상대인 손범규 후보는 초선의원 출신이다. 그러다보니 심상정 후보로서는 맞짱토론에 나서서 별로 얻을 게 없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두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심상정 49.37%, 손범규 49.18%) 전국 지역구 중 최소 표차인 170표(0.19%p)였다. 물론 심상정 후보는 "당 선대위원장이 자기 지역구 챙기느라 토론 나오는 게 이기적이라 비칠까봐 거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평택시민연대가 4월 1일 개최 예정이었던 '국회의원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거부해 더불어민주당 고인정 후보와의 토론이 무산됐다.

지난 29일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서 상계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여야후보 토론회를 열었는데 새누리당 이준석, 더민주 황창화, 정의당 주희준 후보는 참석했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초청을 받았지만 불참했다.

세 번째는 상대방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게 싫기 때문이다.

경기 남양주 갑의 심장수 후보는 지역에서 12년째 표밭을 다져왔다. 그런데 조응천 후보는 전략공천으로 뒤늦게 뛰어들었다. 조응천 후보가 지난 2014년 연말부터 '청와대 비선실세 파동'으로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됐지만 지역에서는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맞짱토론에 응할 경우 심장수와 조응천이 같은 존재감으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창원 성산의 새누리당 강기윤, 정의당 노회찬 후보의 경우도 노 후보가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지만 창원 성산에서는 처음 출마하는 생소한 존재다. 현역의원인 강기윤 후보로서는 노회찬 후보와의 맞짱토론이 상대를 키워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후보자 중 토론에 익숙하지 못한 후보자들이 의외로 많다. 특정후보들의 이름을 거론하면 아마 명예훼손이라고 소송을 당할지도 모른다.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눌변인 후보도 있다. 옛말에 '눌변이 달변을 이긴다'는 말도 있는데 눌변이라도 진정성을 보여주면 유리할 수도 있는데 일단 토론자체를 기피한다.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그동안 권력을 누리면서 했던 발언이나 법안 등에 대해 비판을 받을 수 있다보니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다섯 번째는 상대후보가 지나치게 네거티브로 나올 경우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부분에 가장 걸맞는 후보가 대구의 김문수 후보와 김부겸 후보간 대결이다. 김무겸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큰 폭으로 앞서 있기도 하지만 김부겸 후보측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공격적인 네거티브를 하고 있어서 동시 토론은 피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여섯 번째는 여러후보들이 내세우는 이유인데 토론보다는 유권자 1명을 더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선 선거운동기간은 오늘부터 다음달 12일 자정까지 13일에 불과하다. 맞짱토론은 사전준비가 부족할 경우 상대후보에게 밀릴 수도 있고 대응을 잘못했다가 엉뚱한 이슈를 만들어 한방에 훅 갈 수도 있다. 그러니 유권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며 토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 토론을 거부하는 게 전국적인 현상인가?

= 그렇다. 전국적으로 토론회가 무산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부산CBS를 비롯한 부산지역 방송사들이 여야후보 초청 대담·토론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야당후보들은 적극적이었지만 부산지역 새누리당 후보들은 한결같이 거부의사를 보이면서 토론회가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김영춘 위원장은 "새누리당 부산국회의원 100%가 재공천됐다. 그런 새누리당 의원들이 부산시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방송토론은 물론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주최하는 법정토론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지역도 마찬가지인데 주로 토론을 거부하는 쪽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많다. 특히 부산이나 경남 등 영남권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토론에 응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는데다 당선에 별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토론회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국회의원이 지역대표성도 있지만 사실은 국민의 대표아니냐?

= 그렇다.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 기초·광역자치단체장과 달리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해당지역구 뿐만아니라 국민들에게 중요하다.

그런만큼 각당의 정책공약에 대해서 설명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다양한 토론회를 통해 유권자와 일반국민들에게 후보자 자신과 소속정당을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기피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토론회 나가지 않아도 당선될텐데 왜 나가서 '쓸데 없는 이슈'가 불거질 일을 만들겠느냐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사실 토론을 거부하고 공천에 목을 매는 이유가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먹혀들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진박'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천이 아니라 '청와대의 사천'이었다는 비판까지 나오지 않았나? 그런 논란이 이는 자체가 정치에서 토론문화가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인 것이다.

국회의원 1명 1명이 헌법기관이라면 국회의원들이 각자 헌법기관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 각 정당의 후보들이 과연 헌법기관으로서 준비가 됐는지 따져볼 기회가 없는 것이다.

오로지 충성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공천의 기준이라면 국민은 뭐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일인데 '진박'이니 뭐니 하면서 권력자의 입맛대로 공천하는 건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강조한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은 모든 권력이 청와대에 있는 걸로 아는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공천을 했다.

물론 더민주나 국민의당도 공천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기는 했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만큼은 분명 아니었다.

▶ 토론에 불응하면 불이익을 줄 수는 없는 거냐?

= 선거에서는 당선과 낙선이 있을 뿐이니 어떤 불이익을 줄 수 있겠나? 선관위가 토론회에 불참하는 후보에 대해 벌점을 줘서 후보자격을 박탈하지 않는이상 바뀌기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대안은 특정후보가 토론회에 불참할 경우 그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 후보를 대상으로 시민패널이나 전문가들이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이다. 불참자에 대해 비판적인 토론도 가능할 것이다.

선관위가 언론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토론회 참석을 강제하거나 불참할 경우 그 후보를 제외하고 공개토론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공직선거 후보자들이 토론을 본격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한 건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7년 34회, 2002년 83회, 2007년 44회. 대선 유력 후보들이 언론기관 초청으로 TV와 라디오에서 토론을 벌인 횟수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토론을 기피하면서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공식 토론외에는 열리지 못했다. 또 TV방송사들도 토론회에 소극적이었다.

물론 19대 총선에서도 야당보다는 여당이던 새누리당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토론회를 거부하면서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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