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31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시범경기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26일 뉴욕 양키스전 이후 5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그 사이 27일 보스턴전 대타로 나선 것을 빼면 3경기 동안 출전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할 전망이다. 시범경기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의 부진을 씻을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특히 구단은 김현수의 마이너리그행을 압박하고 있다. 계약 조항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김현수에게 스스로 선택하기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권유하고 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이날 미드 애틀랜틱 스포츠 네트워크(MASN)와 인터뷰에서 "(마이너리그 동의)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김현수가 시범경기에 출전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전날도 그는 "내가 먼저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제의했다"면서 "적응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개막 25인 빅리그 로스터에서 김현수를 제외한 상황이다. 다만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면 볼티모어는 그를 25인 로스터에 넣을 수밖에 없어 선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김현수를 방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그렇게 되면 볼티모어는 계약상 2년 연봉 700만 달러(약 82억 원)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권유하면서 한국 복귀까지 유도하는 듯한 모양새다.
볼티모어는 이미 이런 전례가 있었다. 2014시즌 계약한 윤석민(KIA) 역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었다. 하지만 빅리그 무대는 한번도 나서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지난해 3월 결국 친정 KIA로 복귀했다.
선수에 대한 비상식적 압박은 도를 넘은 수준이다. 일단 계약을 했다면 조항을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감독과 댄 듀켓 단장이 협심해서 언론 플레이를 펼치는 형국이다. 보다 못한 MLB 선수 노조는 SBS를 통해 김현수 사태에 개입할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수 영입은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다. 스카우트를 통해 면밀하게 분석한 뒤 구단 수뇌부가 내리는 결정이다. 물론 선수 영입이 성공할 수만은 없지만 볼티모어의 한국 선수 영입은 악연이 쌓이고 있다. 특히 선수에게 충분한 기회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결정한 뒤 선수를 죽이는 식의 행태는 문제가 적지 않다.
사면초가에 놓인 김현수는 이날 현지 언론 인터뷰를 정중하게 사양했다. 아직 마이너리그행에 동의하지 않은 상황. 미국 진출 당시 김현수는 "한국 복귀는 실패"라고 규정했다. 과연 김현수가 험난한 MLB 첫 시즌을 어떻게 이겨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