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밋이 굿 디펜스라고…"
센터 장재석은 오리온의 엔돌핀이다. 엉뚱하고 솔직한 성격에 동료들은 장재석을 아끼고 좋아한다.
장재석은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스스로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했다.
장재석은 "전주 1차전에서 제가 에밋을 막을 때가 있었는데 에밋이 제게 '굿 디펜스(good defense)'를 했다고 칭찬했다"며 웃었다.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에밋과의 일화는 또 있었다. 장재석은 "1차전에서 에밋이 자유투를 던질 때 에밋에게 농담삼아 '2차전에서 15점 이상 넣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2차전에서 14점을 기록했다"며 또 한번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들은 "진정한 트래시 토커는 따로 있었다"며 웃었다.
◇"한 번은 꼭 미치고 싶었습니다"
국내 최장신(221cm) 센터 하승진에 맞선 이승현, 시리즈 내내 안드레 에밋을 잘 막은 김동욱,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한 조 잭슨, 챔피언결정전 MVP는 이승현이 차지했지만 누가 MVP를 차지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고른 공헌도를 보였다.
마지막 6차전 승리의 주역은 또 있다. 오리온이 자랑하는 국가대표 슈터 허일영이다. 그는 초반 기싸움이 펼쳐진 1쿼터에 3점슛 3개를 던져 100% 성공률을 올렸다.
허일영이 슛을 터뜨릴 때마다 고양시 체육관이 뜨거운 함성으로 뒤덮였다. 공이 림에도 맞지 않은 그야말로 완벽한 클린슛을 연거푸 터뜨렸기 때문이다.
허일영은 뛰어난 슛 감각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출전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허일영은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번은 꼭 미치고 싶었다"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동료를 향한 애틋한 마음은 늘 마음에 담고 있었다. 허일영은 마지막 6차전이 열리기 전날 전주 KCC 하승진을 상대하느라 힘들어하던 후배 이승현을 찾아가 "힘들지? 조금만 버텨. 형이 내일 정말 죽을 힘을 다해서 뛸게"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허일영은 우승이 2배로 기쁘다. 오는 4월2일 결혼식을 올리고 새 가정의 가장이 된다. 신부에게 줄 최고의 결혼 선물을 준비한 셈이다.
◇"형은 한 번, 난 세 번"
2010년 귀화 혼혈선수 자격으로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KBL에 데뷔한 문태종. 1975년생으로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지만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슈터로 명성을 떨치는 선수다.
마침내 정상에 섰다. 문태종은 "드디어 우승 반지를 하나 끼게 됐다. 예전 2번의 우승 기회가 있었다. 창원 LG에서 뛰던 시절 울산 모비스에게 졌고 전자랜드 시절에는 전주 KCC에 졌는데 그 두 팀을 차례로 꺾고 우승해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문태종에게는 동생이 있다. 서울 삼성의 문태영이다. 문태영은 모비스에서 뛴 3년 동안 3개의 우승 반지를 수확했다. 알게 모르게 형은 동생이 부러웠다.
경기가 끝나고 문태영에게 연락이 왔다. 형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내용을 묻자 문태종은 "먼저 축하를 받았다. 그러더니 형은 이제 우승 반지 1개를 얻었고 자기는 3개라고 하더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