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용을 몰고 가다 경미한 접촉사고를 냈다가 피해자가 고소까지 하는 바람에 경찰 조사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경찰과 보험사 직원과 함께 피해 정도를 확인해보니 차량에 금이 살짝 세 줄 정도 간 정도에다 피해자도 거의 다치지 않았는데도 바로 보험 처리해 문제가 없는 줄 알았지만 3주 뒤 고소장이 날아들어온 것이다.
경찰 조사를 받던 조씨가 억울함을 호소하자 담당 경찰은 '마디모(MADYMO: MAthematical DYnamic MOdels, 교통사고를 재연해 사고 발생원인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를 한 번 받아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고 3,4주 뒤 이런 경미한 사고로는 이 정도의 상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덕분에 조씨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조씨는 "접촉사고로 경찰서에서 세 번이나 조사를 받았다. 너무 억울해서 한 달 넘게 얼마나 마음 고생했는지 모르겠다"며 "블랙박스도 없었는데 자칫 큰일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디모'는 교통사고 당시 차량 상태, 속도, 탑승자의 키와 몸무게,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탑승자가 입었을 충격과 상해 정도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추정해주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돼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9년 도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4859건이던 감정 사례는 2011년 5040건, 2012년 4909건, 2013년 5940건에 이어 2014년 1만3972건으로, 지난해 1만 5015건에 달해 5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마디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국과수에 의뢰하면 감정한 뒤 결과를 알려주게 된다.
'마디모' 감정에 앞서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피시-크래시(PC-crash)' 프로그램을 먼저 구동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얻은 차량의 움직임 데이터를 마디모에 입력하면 차량에 가해진 내외부 충격에 따른 탑승자의 움직임과 충격량이 산출된다.
사고로 인한 충격이 있을 경우, 탑승자의 목이나 허리 등 신체부위별 상해값을 뽑아내 기준값보다 낮으면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별된다.
국과수 관계자는 "감정 사례의 80%가 경상해 사고"라며 "과도한 합의금을 징수하는 일명 '꾀병' 환자들이 많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사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마디모 감정 결과가 대부분 법원에서 인용이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디모'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접촉사고를 당했다.
가해자 측에서 경찰서에 사고접수를 한 뒤 대물접수는 했지만 대인사고에 대해서는 마디모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그 결과, 이 사고로 인한 상해가 증명되자 않아 대인처리를 받지 못하게 됐다.
결국 A씨는 교통사고사실 확인원을 받을 수 없게 돼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처럼 마디모에서 상해 관련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면 오히려 보험사에서 사기범으로 의심하는 사례가 많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사고의 특성상 피해자의 입원 경력과 후유증은 분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마디모에서 상해 관련성이 없다고 나오더라도 의사의 소견서가 있으면 소견서가 더 우선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원 오세헌 국장은 "'마디모'를 보험금 지급을 줄이는 수단으로 남용하면 보험가입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므로 방지 대책도 병행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