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MVP요? 솔직히 정말 받고 싶었습니다"

14년 만의 오리온 우승 견인, KCC 격파 일등공신

'저 MVP 먹었어요' 오리온 이승현이 29일 KCC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이끌며 MVP까지 수상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고양=박종민 기자)
'두목 호랑이' 이승현(24 · 197cm)이 오리온 군단의 중심에 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 사냥꾼'이라는 팀 이름 그대로의 활약을 펼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승현은 29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와 챔피언결정 6차전에서 14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120-86 대승을 이끌었다. 오리온은 4승2패로 2001-2002시즌 이후 14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데뷔 2년째인 이승현은 챔프전 MVP의 영예를 안았다. 농구 기자단 투표에서 이승현은 총 87표 중 51표를 얻었다. 챔프전 6경기에서 이승현은 14.2점 5.5리바운드 2.2도움 1.3가로채기를 기록했다.

특히 이승현은 상대 장신 하승진(221cm)를 꽁꽁 틀어막았다. 정규리그 12연승 및 우승을 이끈 하승진은 KGC인삼공사와 4강 플레이오프(PO)에서 평균 15.8점, 14.8리바운드의 괴력을 뽐냈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하승진은 8.7점, 8.7리바운드에 머물렀다. 득점과 리바운드가 거의 절반에 머물렀다. 이승현을 중심으로 한 오리온의 단단한 수비에 밀렸다. 하승진은 챔프전 기간 "오세근의 인삼공사보다 이승현의 오리온이 더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그야말로 이승현이 거인 사냥꾼이었던 셈이다.

이런 활약으로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주저없이 챔프전 MVP로 이승현을 꼽았다. 추 감독은 "이승현은 대체가 불가한 선수"라고 이유를 댔다.

그도 그럴 것이었다. 오리온은 올 시즌 이승현이 상대 외국인 장신을 맡아주는 헌신적인 수비로 우승까지 올 수 있었다. 애런 헤인즈(199cm)는 상대적으로 왜소해 상대 장신 외인을 맡을 수 없었다. 때문에 이승현은 시즌 내내 "정말 외인을 그만 맡고 싶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이 공로로 이승현은 정규리그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다.

챔프전 기간 이승현 역시 MVP에 대한 마음을 은근히 드러냈다. 이승현은 오리온이 우승한다면 MVP는 누구냐는 질문에 "솔직히 누가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콕 집어서 말을 못하면 누구인지 아시죠?"라는 물음으로 에둘러 마음을 표현했다.

그만큼 누구보다 열심히 플레이를 펼쳤던 것이다. 이승현은 고려대 시절 대학리그 우승을 이끈 뒤 MVP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 프로아마 최강전에서도 MVP를 차지했다. 그리고 챔프전 MVP로 명실상부한 최고 선수로 우뚝 섰다.

경기 후 이승현은 중계 인터뷰를 통해 "프로 데뷔 첫 우승인데 정말 기쁘다"면서 "열띤 응원을 펼쳐준 고양과 오리온 팬들에게 정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목 호랑이에서 거인 사냥꾼 군단의 중심에 선 이승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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