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뭐, 저, 없이 팬들에게 영상편지 남겨주세요"
미디어데이 최고의 순간은 한 여성 팬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김기태 KIA 감독의 평소 습관을 파악하고 던진 재치있는 질문이었다. 박찬호가 말문이 막힐 때마다 "엄.."이라는 소리를 낸 것처럼 김기태 감독도 "그", "뭐", "저" 라는 소리를 자주 섞는다. 이날도 그랬다. 영상편지 도중 "많은 사랑과 응원, 그, 부탁드리고"라고 말해 웃음폭탄을 안겨줬다.
이후 김기태 감독의 얼굴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관중석에서 웃음 꽃이 피었다. 김기태 감독도 "네, 저, 아 무슨 말을 못하겠다"며 웃기만 할 뿐 실제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근우, 이 선수는 펑고 안 치면 안 늘어요"
한화 김성근 감독. 칠순이 넘은 나이에 펑고할 수 있는 체력의 비결이 궁금하다는 청주 여성팬의 질문에 사명감만 있으면 나이는 아무 관계없다며. 그러자 정근우는 "올해 받으면서 8년 받았다. 내년에도 열심히 받겠다"며 웃었다.
◇"니퍼트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개막전 선발투수를 묻는 질문에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삼성 류중일 감독이 "두산은 니퍼트를 예상하는데, 개막전에서 깨보도록 하겠다"고 도발하자 김태형 두산 감독도 지지 않고 한 마디를 던졌다. 둘의 유쾌한 신경전에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우리한테는 많이 못 이겼잖아요?"
두산 김태형 감독이 삼성과는 천적 관계가 아니라며 잠실 라이벌 LG와의 경기를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 말에 LG 양상문 감독이 던진 한마디. 그는 "올해는 우리 신경쓰지 말고 다른 팀 많이 신경쓰시라"며 라이벌다운 한방(?)을 날렸다.
◇"선배님이 보시기에 제 공은 어떤가요?"
선수끼리 질문을 주고받는 '플레이어스 토크(player's talk)'는 팬들에게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넥센 김세현이 삼성 박한이에게 자신의 공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을 던지자 박한이는 "무섭다. 지금은 괜찮은데 예전에는 컨트롤이 안돼서 맞을까봐 피해다녔다"며 웃었다.
◇"안본 눈 산다고..."
지난해 우승 공약을 지킨 사나이가 있다. 두산 유희관이다. 약속대로 우승하고 통통한(?) 자신의 상체를 공개했다. 그 후폭풍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유희관은 "다들 안본 눈 산다고... 대일밴드 CF가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안 들어왔다"며 껄껄 웃었다.
◇"문이 열리면서 이병규 선수가 말을 타고 들어옵니다"
올해는 어떤 우승 공약이 눈길을 끌었을까. LG가 단연 돋보였다. 주장 류제국은 우승을 하는 순간 외야 펜스가 열리고 이병규가 말을 타고 야구장을 달리는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병규의 별명은 '적토마'. 너무나 진지한 말투와 구단과도 얘기가 끝났다는 자신감에 팬들은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