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폭풍 속공 잠재운 KCC '느림의 미학'

KCC 안드레 에밋(가운데)이 27일 오리온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김동욱(왼쪽)의 수비를 뚫고 레이업슛을 시도하고 있다.(전주=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KCC-오리온의 챔피언결정 5차전이 열린 27일 전북 전주체육관. 경기 전 추승균 KCC 감독은 1승3패로 밀리는 데 대해 "모두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자책했다.

공격 템포에서 상대 흐름에 말렸다는 것이다. 추 감독은 "사실 공격을 좀 빨리 가져가게 했는데 서두르다 보니 확률 낮은 공격이 이어졌고, 이게 상대 속공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KCC는 20점 차 이상 대패를 안은 2, 3차전 속공에서 19-4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다만 접전을 이룬 4차전에서는 속공이 0-2였다. 물론 뒤졌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다. 추 감독은 "공격 템포를 맞춰서 지공으로 갔더니 속공 허용이 줄었고 시소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따라서 KCC의 5차전 과제 역시 '얼마나 느리게 가느냐'였다. 하프 바스켓으로 하승진(221cm), 허버트 힐(203cm)의 확률 높은 골밑 공격을 극대화하고 리바운드 허용을 줄여 상대 속공을 저지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과연 KCC는 속도를 장악했다. 빠름이 아니라 느림으로 챔프전 성패가 걸린 스피드를 차지했다. 높이의 우위를 활용한 것은 물론 효과적인 패스로 외곽포를 살리며 확률을 높였다.

▲KCC, 느림으로 속도전 제압


1쿼터 KCC는 노련한 전태풍이 이끌었다. 한 템포 죽인 지공에 이어 순도높은 외곽포를 꽂아대며 11점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안드레 에밋의 9점까지 더해 KCC는 31-19로 기선을 제압했다. 65%의 높은 야투 성공률에 오리온은 속공이 2개에 그쳤다.

2쿼터는 본격적으로 높이를 이용했다. 에밋이 집요하게 돌파로 상대 수비를 헤집었고, 힐을 이용해 오리온 골밑을 집중 공략했다. 에밋은 힐과 2쿼터 14점을 합작하며 도움 4개를 올렸다. 전반 KCC는 상대 속공을 3개로 막고 55-37, 18점 차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오리온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조 잭슨의 질풍같은 돌파와 이승현의 내외곽 활약으로 거세게 추격했다. 잭슨은 3쿼터만 9점 3도움을 올렸고, 이승현은 3점슛 2개 포함해 12점을 쓸어담았다. 오리온은 3쿼터를 68-70으로 따라잡은 채 마쳤다.

4쿼터는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종료 8분26초 전 오리온이 잭슨의 자유투로 72-70으로 앞서가자 KCC는 에밋을 중심으로 곧바로 반격했다. 종료 1분15초를 남기고 KCC는 86-82로 앞섰지만 잭슨의 레이업으로 2점 차 리드가 됐다.

그러나 KCC는 종료 45초 전 신인 송교창의 결정적 탭슛으로 88-84로 앞서 승기를 잡았다. 결국 KCC는 94-88 승리를 거두며 2승3패로 벼랑에서 기사회생했다. 에밋이 양 팀 최다 38점 9리바운드 6도움을 올렸고, 전태풍이 20점, 김효범이 11점으로 거들었다. 송교창은 알토란 7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KCC는 속공에서 3-4로 차이가 없었다. 오리온의 속공을 잠재운 KCC 느림의 미학이었다. 오리온은 조 잭슨이 32점 6리바운드 6도움, 이승현이 23점 6리바운드 5도움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을 잃었다. 하루를 쉰 뒤 두 팀은 오는 29일 오리온의 홈인 고양에서 6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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