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테이프로 묶어놓고 오물 막걸리…대학가 막장 신고식

가혹행위로 얼룩진 대학교 동아리 행사

부산의 한 대학교의 한 동아리 행사에서 '전통'을 이어간다며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뿌리는 가혹행위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해당 A대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 화학공학과 내 축구 동아리는 지난 11일 고사를 지내면서 신입생들을 따로 강의실에 불러 이른바 '액땜'행사를 열었다.


'액땜'행사는 신입생들을 동아리 복으로 갈아입힌 뒤 일렬로 세우고, 선배들이 고사를 지내고 남은 두부와 김치 등 음식물 찌꺼기를 넣은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끼얹는 행사다.

해당 학과에서는 축구 동아리뿐만 아니라 다른 동아리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전통처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처구니없는 이같은 가혹행위는 피해를 당한 신입생의 형이 최근 이 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태를 고발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드러났다.

사진을 살펴보면 후배들은 고개를 푹 숙인채 일렬로 서있고, 선배는 오물이 든 막걸리를 바가지로 퍼서 신입생 머리에 차례로 끼얹고 있다.

또 다른 사진은 빈 강의실에 비닐을 덮어놓고, 신입생들을 청테이프로 감은 뒤 막걸리를 마구 뿌리는 사진이 담겨 있다.

문제의 사진이 공개되자 학내 분위기는 "아직도 이런 가혹행위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격양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학생은 "시대가 어느 때인데 신입생들에게 액땜 행사를 하냐"면서 "선배들이 후배 얼굴에 오물을 부은 게 아니라 대학교 얼굴에 똥물을 부은 것"이라며 격한 어조로 비난했다.

따다른 학생은 "막걸리 세례를 할 때 신입생을 청테이프로 못 움직이게 한 뒤 막걸리에 담배꽁초와 휴지, 가래를 넣기도 했다"며 막걸리 세례를 하는 다른 장면의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해당 동아리 학생대표는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올렸다.

학생대표는 "신입생 액땜 행사가 열리기 1주일 전에는 저를 비롯한 동아리 간부도 막걸리를 맞았다"면서 "신입생의 군기를 잡으려는 취지의 행사가 아니었고, 행사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신입생은 참석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생대표는 또 "이번 일로 인해 상처받았을 신입생과 가족께 사과한다"면서 "액땜이라는 전통 아닌 전통은 이후에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본부는 화학공학과 전체를 상대로 진상조사를 벌인 뒤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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