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흡연, 부주의한 운전, 건강 보험, 식품 안전 등 첨예하고 논쟁적인 정책 이슈들을 다루며 정부 정책의 합당한 범위에 대한 신선하고 강력한 논거를 제시한다.
2012년 예일대 로스쿨에서 행한 강의를 토대로 한 이 책에서, 선스타인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정치학을 주창하며 이 말이 결코 형용 모순이 아님을 역설한다.
행동 경제학은 사람들이 자주 최선의 이익에 반하여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밝혀냈다. 선스타인은 이를 '행동주의적 시장 실패'라고 불렀다. 우리는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무시하기도 하고,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일 때도 있으며, 당면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도 한다. 여기에 근거해, 선스타인은 새로운 형식의 개입주의를 주장한다. 이러한 개입주의는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곤 하는 개인들을 보호하면서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의 위험을 알고 있기에 개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한다. 선택 설계, 즉 넛지를 활용한 개입주의다.
선스타인은 정부의 개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여러 논거들을 반박하며, 선택 설계를 통해 정부가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충분한 근거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실수를 저지르는 개인들을 보호함으로써 그들이 더 오랫동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선스타인에 따르면, 똑똑한 정부가 행복한 사회를 만든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문명사회 구성원들의 의지를 거슬러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정부가 국민 개개인의 삶에 개입하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개인의 절대적 독립성에 기초해 밀은 개인을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절대적 주권자로 선포한다. '위해 원칙Harm Principle' 혹은 '자유 원칙Liberty Principle'이라 불리는 이러한 밀의 주장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며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와이 넛지?>에서 선스타인은 이러한 밀의 위해 원칙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위해 원칙을 원칙적으로 고수하려 들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 주는 다양한 합리적인 정책들이 배제되고, 잠재적으로 더 많은 유용한 개혁안들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경우에도 다수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개개인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 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해 원칙만으로는 국민들이 약을 짓기 전에 처방전을 받게 하고,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을 쉽게 설명할 수 없다.
선스타인의 이러한 주장, 즉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정치학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체계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곤 하며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면서도 빈번히 불행을 초래할 선택을 내리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는 행동 경제학의 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선스타인은 판단 실수를 발생시키는 인간의 성향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단기적으로 낮은 비용을 지불하고 장기적으로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행동을 미루거나 외면하는 '단기적 이익에 집착하는 경향', 중요하더라도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비현실적 낙관주의 경향', 통계적 분석보다 주관적 경험과 감정을 근거로 특정 사안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객관적 확률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향'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건강한 삶을 원하면서도 담배를 피우고, 체중 감량을 목표로 삼으면서도 맛있는 고칼로리 음식을 먹는다. 자기 자신의 미래를 마치 모르는 사람의 미래처럼 대하며 선택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실수를 하는 이러한 개인들의 비합리적 의사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실수를 예방하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선택의 자유가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되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구성하는 결정적인 요소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개입은 개인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행복을 빼앗아 결국 사람들을 좌절하게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선스타인에 따르면, 이들은 이미 넛지로 둘러싸여 혜택을 보고 있는 그들 자신의 현실을 모르고 있다. 넛지를 활용한 정부의 개입은 자율성과 행복을 빼앗기는커녕 오히려 개개인에게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시간과 에너지를 확보해 준다. 정부의 개입이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진정으로 더 자유롭게 해주는 것이다.
더불어 선택의 자유가 언제나 행복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이 선택의 자유를 행복으로 여기는가? 아니다. 오히려 부담으로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보가 부족해서 무엇이 올바른 판단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결국 비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가 사람들의 의사 결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우리는 실수를 줄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모든 결정을 우리 자신이 직접 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고 더 행복해질까? 선스타인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냉장고나 알람시계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수돗물을 어떻게 정수해야 하는지, 어떻게 비행기를 만들고 이용해야 하는지, 그 내부에 어떤 안전장치를 설치해야 하는지, 목이 부었을 때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화학 요법이 꼭 필요한 것인지, 도로 표지판을 어디에다 설치해야 하는지와 관련하여 아무런 선택도 내리지 않는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어떤 문제들은 대단히 복잡하거나 지루하다. 선택의 권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위임할 수 없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힘겹게 살아가야 할 것이며,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일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자율성은 그만큼 더 위축될 것이다. 자율성은 사회적 환경에 의존하며 그러한 환경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들 중 많은 것들을 우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 환경이 존재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의 자율성은 즉각 메말라 버리고 말 것이다." 선택 설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자유로울 수 있다.
1997년 미국 정부는 학생들이 대학에 무료로 지원서를 낼 수 있는 횟수를 3회에서 4회로 수정했다. 그 결과 저소득층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학의 폭이 넓어졌고 더불어 그들의 평생 기대 소득도 올라갔다. 대학 지원 절차에 변화를 준 이 조치는 정부가 개입해 사람들의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환경을 다시 설계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의 행복을 증진시킨 사례 가운데 하나다.
저자는 선택의 자유나 자율성과 같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개념을 끌어들이지 말고 구체적 사례에 집중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막연한 반대보다는 특정한 상황에 대한 개입적 조치, 즉 구체적 상황에 필요한 넛지의 비용과 이익을 분석하고 그것을 기초로 사람들이 넛지를 충분히 활용하게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선스타인은 우리가 선택의 자유에 관한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행복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선스타인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그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가 구원한 삶은 아마도 우리의 삶일 것이다."
본문 중에서
예전에 구글은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직원들에게 다양한 고칼로리 식단을 제공하고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직원들이 원치 않는 체중 증가를 겪어야 했다. 직원들의 이러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직원들이 보다 건강한 식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들은 접시와 테이크아웃 용기들을 보다 작은 사이즈로 교체하면서 <접시가 클수록 더 많이 먹게 된다>라는 문구를 제시해 직원들 스스로 식사량을 줄이도록 유도했다. 새롭게 설계된 카페테리아는 여러 기발한 방법들을 통해 직원들이 더 쉽고 간편하게 건강식을 선택하도록 도움을 주었으며(반대로 건강에 해로운 선택은 더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당류를 통해 섭취되는 칼로리와 지방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여기서 구글이 만들었던 것은 건강에 좋은 선택들 유도하기 위해 설계된 일종의 넛지 카페테리아였던 것이다.
- 2장 정부의 개입주의 전략, 98쪽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232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