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심리치료사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먼저 펴낸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에서 전체 인구의 1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우뇌형 사람들을 '정신적 과잉 활동인 (surefficience mentale)'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그들이 왜 생각이 많은지, 보통 사람들과는 무엇이 다른지 등을 신경학적인 근거를 들어 설명했다.
전작 출간 후 쏟아진 독자들의 의견과 감상을 바탕으로, 생각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담아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을 내놨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생존편』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직장생활, 연애, 인간관계 등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이들의 특성에 맞춰 제시한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 탈이야." "넌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삶이 좀
√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해요. 마치 인터넷에서 여러 개의 새 창이 한꺼번에 뜨는 것 같다고 할까요. 가끔 나 스스로도 진저리가 나요.
√ 남들에게 감정을 심하게 이입해요. 불행한 사연을 들으면 가슴에 뭐가 콕 맺힌 것처럼 답답하고 도무지 남 일 같지 않아요. 그 사람을 꼭 도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 사람을 만나면 자동으로 ‘스캔 모드’가 되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고, 속으론 온갖 사소한 질문들을 떠올려요.
이 세 문항이 모두 내 얘기 같다고? 혹시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 좀 적당히 해라.” “왜 이리 예민하니?”라는 말을 종종 듣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저자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즉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특징으로 넘치는 생각, 예민한 감각, 유별난 감성의 세 가지를 꼽는다.
이들이 유별나게 생각이 많은 근원적인 이유는 감각과 감성이 남들보다 예민하기 때문이다. 옷에 묻은 얼룩 하나, 상대방의 특이한 말투조차 신경에 거슬린다. 그 원인을 알지 못한다면, 본인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되고 주변 사람들 또한 괴롭다.
다행히, 이런 특성은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예민한 감각을 다스릴 수 있도록 '침묵의 시간'을 갖고, 자연과 예술을 '과잉 복용'하라는 맞춤 처방을 내린다. 사진 찍기 등 취미활동을 통해 남다른 감각을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취미 생활과 관련해서 한마디 할게요. 사진은 사물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식이고, 그래서 세상을 보는 '우리의 방식' 드러내지요. 저는 자연을 바라볼 때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거창한 카메라가 없어도, 그저 내가 느끼는 순간을 프레임에 담기만 하면 얼마든지 나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요. 그래요, 우뇌의 시선은 독창적이고 참신하고 정확하답니다. 얼마나 인상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이 나오는지 몰라요. 오감이 다 그렇다고 생각해요." _본문 46∼47쪽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낄 때가 많다. 함께 있어도 혼자 따로 노는 기분이 들고, 이해 안 되는 상황에 자주 부딪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늘 조심스럽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은 아는 인간관계의 암묵적인 규칙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남들도 다 자기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의 사람됨을 검증하지도 않고, 일단 상대가 진실하고 도덕적이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대한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가 인간관계에서 '백지수표'를 남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엘리자베트는 무례하게 굴거나 쌍소리를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늘 미소를 지었다. 나는 재수 없게 구는 가게 주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면 뭐가 달라지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는 그 사람도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 그럴 거라고, 자신의 미소로 그 사람의 하루를 환하게 밝혀 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_본문 207쪽
저자는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조언한다. 대책 없이 '천사표'로 있다가는 언젠가 늑대 같은 인간에게 물리기 십상이다. 세상에는 진짜 나쁜 놈도 있다는 걸 인정하라고 말이다.
또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듯, 남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지나치리만치 늘 옳은 편에만 서려 한다. 그래서 남들에겐 '체면'이 중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먹지 말라고 한 잼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려다가 딱 걸렸다. 그러면 여러분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자기 잘못을 시인한다. “네, 잼을 몰래 먹으려고 했어요. 인정합니다. 벌을 내리시면 받겠어요.” 같은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순순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체면을 차리고 싶어서’ 변명을 하거나 일단 되는 대로 둘러댄다. "아, 이거 잼이었어요? 몰랐어요. 그래서 이렇게 손가락이 끈적끈적하구나!" _본문 215∼216쪽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기 말이 꼭 맞기를 바란다. 그러나 사람이 100퍼센트 옳을 수는 없는 법이다. 늘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264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