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25일 서울 광화문 대림산업 본사에서 열린 제 69기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운전기사 폭언·폭행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부회장은 "모든 결과는 저의 불찰과 잘못의 결과"라며 "면서 "상처받으신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CBS노컷뉴스의 단독보도를 통해 운전기사에게 상습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한결같이 이 부회장의 사과는 '알멩이 없는 사과'라며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한항공 조현아의 땅콩 회항, 아시아나 항공의 이름값 소송, 몽고식품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상습폭행 등 재벌의 갑질 횡포 계보를 잇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주주총회 자리를 빌어 사과했다고 하나, 정작 그 자리에 피해 입은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며 "'진심으로 짓는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했던 대림산업의 진심이 고작 이 정도"라고 꼬집었다.
또 "잊을만하면 어이없는 갑질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건 괴팍한 재벌 일가 몇 명의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재벌의 당연한 귀결점"이라며 "이 부회장의 '갑질' 횡포는 왜 민주노총이 재벌책임 강화를 2016년 핵심 3대 과제 중 하나로 제기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에서도 드러났던 것처럼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한국 기업, 자본가의 문화"라며 "법 제도나 행정기관의 근로감독에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계속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하고, 법적 대응도 내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비단 이 부회장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파리 목숨'과 다름없는 파견직 노동의 구조적 원인이 빚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수행기사, 법인기사 대부분은 비정규직에서도 가장 열악한 파견직 간접고용 노동자"라며 "수행기사는 물론, 상당수 파견직이 언제든 갈아치우는 소모품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노동비용보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라도 노동자 경제력을 갉아먹는 파견직 형태의 노동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도 "수행기사들이 노조를 갖춘 정규직 노동자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파견직 노동자라는 개별화된 약자들이기 때문에 겪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극단적인 양극화로 돈, 권력을 쥔 사람들의 이같은 행태가 워낙 비일비재하지 않나"라며 "심지어 피해자조차 이를 내면화하고 당연한 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인간 이하의 행동을 저지른 이 부회장이 다시는 사회적 활동을 못할만큼 엄벌에 처해야 한다"면서도 "돈만 있으면 사람을 물건처럼 부릴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