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조혜진 앵커
■ 출연 : 천수연 기자
▣ 조혜진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주말교계뉴스 조혜진입니다.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억하는 성금요일이었습니다.
교회, 교단마다 성금요일을 기념하면서 십자가의 삶을 따르겠다는 예배와 문화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천수연 기자와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천기자,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통을 묵상하는 예배가 곳곳에서 드려졌죠?
■ 천수연 기자>
네, 성금요일은 부활절이라는 가장 큰 기독교 축제에 앞서 인간을 위한 그리스도 고난의 절정의 날입니다.
그런 만큼 한국교회도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겸손의 신앙을 되새기는 예배와 고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화해의 십자가의 날'이란 제목의 특별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는 하나님과 이웃, 그리고 피조물 앞에 행한 죄를 고백하는 참회의 시간으로 시작됐습니다.
예배는 보시는 것처럼 어두운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테네브레' 라는 예식에 따라 드려진 예배인데요. 초대교회 때부터 전통적으로 어둠과 침묵 속에서 우리의 죄가 예수그리스도에게 어떻게 고통을 줬는지를 깨달으면서 통회하는 예식입니다.
테네브레는 8세기에 시작됐습니다. 예수님의 가상칠언을 낭독하고 촛불을 하나씩 꺼나가며 예배를 드리는 예식입니다.
촛불은 예수그리스도를, 어둠은 예수그리스도가 돌아가실 때 덮였던 어둠을 상징합니다.
[녹취] 신준민/창동염광교회 장애인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를 번역하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니라"
가상칠언을 낭독한 이들은 장애인과 이주민들로, 예수그리스도가 특히 애정을 가졌던 약자들이었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습니다.
또,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던 예수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서로의 손을 씻어주고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예수가 졌던 그 십자가를 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무엇보다 예배 참석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목격했던 여인들의 심정으로 그 희생을 기억하면서 이웃과 세상의 화해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구세군은 성금요일 연합예배를 드리며 예수의 수난과 십자가 사랑을 되새겼습니다.
[녹취] 김종익 선교정교 / 아현영문
"만민의 죄를 감당하시고 희생의 제물이 되신 주님의 사랑을 상기하며 저희도 그렇게 살길 원하며 다짐하는 시간 되게 하옵소서."
예배에서는 기독교의 중심 사상인 십자가가 한국교회와 교인들의 마음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십자가의 희생과 사랑, 능력을 삶의 중심에 둘 것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김병윤 참령 / 구세군대한본영
"섬김을 받으려 하기보다 남을 섬기려고 해야 합니다. 높아지려고 하기보다 낮아져야 합니다."
구세군의 성금요일 예배는 1910년부터 이어져 오는 한국구세군의 전례에 따라 세 번의 설교 그리고 참회와 낮아짐, 헌신을 고백하는 세 번의 기도로 진행됐습니다.
예배 이후에는 한국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 선교에 헌신했던 6명의 구세군 순교자를 추모했습니다.
예수님의 희생, 그리고 이를 따른 선교사들처럼 오늘의 신앙인들도 그 헌신을 기억하고 따르겠다는 다짐의 시간이었습니다.
▣ 조혜진 앵커>
예배형식이 아닌 음악과 연극을 통해 성금요일을 묵상한 교회도 있다고요?
■ 천수연 기자>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를 자주 열어온 대한성공회 서울 대성당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서울대성당은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십자가의 길’ 연주로 그리스도의 죽음을 되새겼습니다.
[녹취] 주성식 신부 /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당신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향해 따라 걷고자 하는 우리와 동행해 주시고 이 십자가 수난의 길이야 말로 주님을 만나고 주님의 사랑 속에 사는 길이 됨을 깨닫게 하여 주소서."
'음악은 본질적으로 종교적이다' 라고 말한 리스트. 그의 작품 십자가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선고를 받는 것부터 시작해 무덤에 묻히시기까지 열 네 장면, 열 네 장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성공회 사제의 설명과 기도가 곁들여져 교인들의 묵상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서울 영락교회는 예배극을 통해 예수그리스도가 졌던 십자가를 묵상했습니다.
예수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고, 제자들의 배신을 감내하며 느꼈을 아픔을 극으로 표현했는데요.
한 편의 영화나 연극이 긴 메시지보다 강렬할 수 있듯이 극으로 표현된 예수그리스도의 희생은 마음을 더욱 울렸습니다.
▣ 조혜진 앵커>
이번엔 이웃들에게 부활절 달걀을 나눈 교회 연합기관도 있다면서요?
■ 천수연 기자>
한국교회연합이 주변 관공서에 근무하는 이웃들과 부활의 상징인 달걀을 나눴습니다.
혜화경찰서를 찾아가 달걀을 나눠주며 예수 부활의 소식을 전했고, 근처 지하철 역사에서 근무하는 역무원과 모자가정 시설 등 모두 예닐곱개 기관을 찾아가 부활절 달걀을 전달했습니다.
성금요일을 보내는 한국교회의 예배 형식이나 묵상의 방식은 다 다르지만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희생과 겸손, 섬김의 정신을 따르겠다는 고백만큼은 한결같았습니다.
▣ 조혜진 앵커>
그렇군요. 저 역시 성금요일을 맞는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되네요. 천수연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