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과정에는 유혈이 낭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는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4일부터 최후의 보루로 남은 지역구 5곳을 카드로 친박계를 향한 '옥새투쟁'을 진행했다.
◇ 24일 오전…이한구, '유승민' 겨냥 독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4일 오전 10시 50분 '벼랑끝 고사작전'에 밀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 독설을 퍼부었다.
이 위원장은 "우리 당을 모욕하고 침을 뱉고 자기정치를 하기 위해 떠났다"며 "꽃신을 신고 꽃길만 걷다 선배·동료에게 인간적 배신감을 던져줬다"고 날을 세웠다.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달 4일 출범한 지 49일 만에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 위원장이 이재만(대구 동을) 전 대구 동구청장의 공천을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친박계의 공천전쟁 승리가 굳혀지는 듯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여의도 당사에서 친박계를 향한 회심의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 은평을(유재길) ▲서울 송파을(유영하) ▲대구 동을(이재만) ▲대구 동갑(정종섭) ▲대구 달성(추경호) 등 5곳에 대한 무공천 결정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또 후보자 등록이 끝나는 25일까지 최고위원회의 소집을 거부하면서 대구 수성을(이인선)도 무공천 지역으로 만들었다.
후보자 등록기간 중 당적을 바꿀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관위가 이곳에 공천했던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를 원천 봉쇄한다는 김 대표의 전략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옥새투쟁'을 시작했다.
이른바 '진박' 후보들의 출마가 좌절될 위기에 처하자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후 4시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에 대한 성토를 쏟아냈다.
이들은 "김 대표가 최고위 소집과 진행을 거부하면 원내대표 직무 대행 체제를 운영하겠다"며 김 대표를 압박했다.
'친박계 특사'로 임명된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함께 부산으로 급파돼 김 대표의 행방을 쫓았다.
결국 원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8시 15분 부산 영도에서 김 대표를 만나 만찬을 하며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회동 후 "내일(25일) 서울에서 당무에 복귀하지만 최고위원회 소집은 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입장을 고수한 반면, 원 원내대표는 "최고위가 정상화됐다고 보면 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발표했다.
최고위 개최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루가 저물었다.
◇ 25일 오전…'30시간의 법칙' 깨졌지만 판정승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이날 오전 8시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에서 오전 10시 최고위 소집을 요구했다.
김무성 대표는 오전 8시 30분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김해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진박 후보들은 '헌법학자' 출신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전면에 내세워 김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새투쟁은 헌법 위반"이라고 공격한 것.
김 대표는 꿈쩍하지 않았다. 오전 10시 10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 변화가 없다. 청와대에 대한 항명이 아니다"며 당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가 열리며 김 대표의 '옥새투쟁'에 균열이 시작했다. 친박계 최고위원을 비롯해 비박계인 김을동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결국 최고위는 4시간 20분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대구 동갑 ▲대구 수성을 ▲대구 달성의 공천을 의결했다.
옥새투쟁을 선포한 긴급 기자회견 이후 25시간 20분만이었다.
자신의 결정을 30시간도 안 돼 바꾼다는 김 대표의 '30시간의 법칙'이 또다시 발동했지만, 이번에는 종전과 궤를 달리했다.
김 대표는 친박계를 외통수에 몰아넣고, 자신이 보류한 지역 5곳 중 3곳을 가져왔다. 특히 친박계의 공천학살 목표였던 유승민 의원과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에 대한 무공천을 관철시키며 판정승을 거뒀다.
한편 이번 최고위 결정으로 출마가 무산된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이날 오후 4시 40분쯤 여의도 당사를 찾아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정말 분하다"며 김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미 당사를 빠져나간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