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죽이려다 사실상 '무혈입성' 허용한 친박

친박계 총력적인 고사작전에도 4선 배지 달아준 격

유승민 의원 (사진=박종민 기자)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구을 범 여권후보 단독 출마가 확정됐다.

새누리당은 25일 오전 1박2일 '옥새투쟁'을 벌였던 김무성 대표의 주재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대구 동구을의 이재만, 서울 은평을 유재길, 서울 송파을 유영하 후보를 공천하지 않기로 했다.

대구 동구갑의 정종섭, 달성 추경호, 수성을 이인선 후보의 공천은 의결했다.

새누리당이 진박 후보인 이재만 후보의 공천장에 직인을 찍어주지 않으면서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사실상 20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 무혈입성으로 4선을 예약하게 됐다.

원박(원조친박)이던 유 의원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히며 이번 공천에서 측근들이 모두 잘려나가고 본인도 후보자 등록 개시일 전날인 23일까지 이어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고사(枯死)작전 끝에 데드라인 1시간을 남겨놓고 스스로 탈당해야만 했다.


유 의원은 당의 공천에 대해 "이건 정의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며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언급하면서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며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뿐이고, 제가 믿는 것도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뿐"이라고도 했다.

이 탈당 기자회견이 있은지 15시간이 지난 뒤 김무성 대표는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동을 등 5곳의 무공천을 선언하며 옥새 투쟁에 들어갔고 25시간 뒤 대구동을 이재만 후보의 무공천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은 여당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홀로 총선을 치르게 됐다. 유승민계인 대구 동갑 류성걸, 북갑 권은희 의원의 선거 지원에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유 의원을 자진 탈당으로 포장해 찍어냈던 친박이 김 대표의 역습에 유 의원의 4선 배지를 스스로 달아주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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