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차라리 폐지" vs "취지 살려야"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전문성 확보? 구색맞추기에 불과
-당 지도부 충성으로 계파싸움 조장
-지역구 의원이 소수의견 반영가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
-제도보다 비리 저지른 인물이 문제
-비례대표가 오히려 의정참여 높아
-당원들이 지도부 공천전횡 감시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인영(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서복경(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교수)

총 300석의 국회의석 가운데 47석을 차지하고 있는 비례대표. 전체의 6분의 1이니까 이게 적지 않은 비중이죠. 그런데 지금 여야 모두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본래 취지가 퇴색된 채 당 지도부의 입김이 반영된 공천이 이루어지는 거 아니냐?’ 이런 비판도 거세게 불고 있는데요.

급기야는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된다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오늘 양측 의견을 들으면서 여러분의 의견도 정하고 또 보내주십시오. 먼저 비례대표제 폐지까지 고려할 때가 됐다는 입장.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김인영 교수, 연결을 해보죠. 김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인영>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비례대표제 취지는 좋지 않습니까?

◆ 김인영> 그렇습니다. 그런데 과거를 돌이켜 보건대 비례대표제도가 본래에 의도했던 효과를 냈는지 의심이 가는 것입니다.

◇ 김현정> 폐지를 해야 될 정도로 지금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세요?

◆ 김인영> 그렇습니다. 우선 사회적 약자 대표하고 직능대표를 통해서 국민적 대표를 높이고자 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있었는데, 이런 분들은 한두 명 구색 맞추기로 넣었고요. 대부분이 계파에서 당선시키고자 하시는 분들을 대거 집어넣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청와대 참모 출신이나 민변 변호사 출신을 사회적 약자라든가 직능대표로 보기는 어렵지 않습니까? 우리가 알고 보면 OECD 국가 중에서 비례대표제를 선택하고 있는 나라는 6개 국가밖에 되지 않습니다.

◇ 김현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곳이 6개 국가밖에 되지 않아요, OECD 중에?

◆ 김인영> 네. 비례대표를 택하고 있지 않은 일본, 영국, 미국. 특히 우리가 직능대표 뽑지 않았다고, 비례대표의 사표방지를 하지 않았다고 이들의 민주주의가 뒤처진 민주주의다, 그렇게 얘기할 수는 없는 것이지 않습니까? 저는 가장 큰 문제로 두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 김현정> 어떤 건가요?

◆ 김인영> 하나는 대표성의 문제. 국민 대표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대표성을 훼손하고 있다? 비례대표제가 대표성을 살리자고 만든 거 아니에요?

◆ 김인영>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면 국민이 직접 자유로운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정당 지도부가 비례대표 리스트를 만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국민이 직접 뽑은 게 아니라 정당 지도부가 리스트를 만들어 뽑고요. 이분들이 당선되고 나면 자신을 뽑아준 사람이 국민이 아니라 정당 실력자이니까 자신을 뽑아준 분들에게, 즉 국민이 아니라 당의 실력자에게 잘 보이고 그분에게 책임을 지는 거죠.

◇ 김현정> 정파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시네요.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

◆ 김인영> 그렇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있어서는 정파와 계파 보스가 뽑은 거니까 그분들에게 충성하게 되고 도리어 이것이 당내 계파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교수님, 그런 폐해가 있기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없애버리기에는 우리가 아까 취지라고 말씀했던 부분, 그런 부분들을 놓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 김인영> 뭐,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회적 약자, 장애인, 이주민,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는 그런 문제 아주 중요한데요. 그렇지만 문제는 새누리당 같은 경우에 여성 정치인에게 10% 가산점, 여성 신인이면 20% 가산점을 줍니다. 더민주도 동일하고요.

◇ 김현정> 지역구 경선할 때죠?

◆ 김인영> 그렇죠. 국민의당은 25%까지 가산점을 줍니다. 이미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서 여성을 배려하는 제도들이 존재하는 거고요. 두번째로는 지역구 여성의원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분들이 충분히 여성의 권익을 대변할 수도 있는 거고. 제도적으로 지역구 의원들이 상당 부분 챙기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취지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라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취지 자체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라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말씀인데요. 이걸 고쳐서 어떻게 잘 가게 할 방법도 우리 현실에서는 요원하다고 보세요?

◆ 김인영> 제 생각에는요. 특히 과거에는 비례대표라고 안 그러고 전국구라고 그랬죠. 전국구의 ‘전’자가 돈 ‘전(錢)’자가 됐습니다. 과거부터 공천장사는 계속 있어왔고 지금에는 계파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걸 제어할 수 있는 견제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있어서 바꾸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례대표의 나쁜 예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입니다. 당시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7석, 비례 6석을 얻었는데요.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을 심리하지 않았습니까? 비례대표가 반국가적 정당의 국회 진입 도구로 쓰인 것이다. 통진당 사건으로 볼 때 비례대표 본래 취지인 약자 대변, 여성 대변, 전문가 영입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라는 것이죠.

◇ 김현정> 그런데 폐지 혹은 축소 주장에 대해서 이런 쪽으로 반론하시는 분도 계세요. 뭐냐면 ‘지금 우리는 1등만이 그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이런 제도이기 때문에 아까운 차이로 2등 한 후보들. 말하자면 49%가 지지한 2등의 의견은 다 무시되는 거 아니냐. 사표가 되는 것 아니냐 정당 득표율을 통해서 소수정당이 원내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장점을 살려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주장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인영> 사표 방지라는 것을 비례대표로 막는다는 건데요. 이 사표라는 의미 자체가 제가 보기에는 좋은 용어가 아니라고 봅니다. 즉 사표는 죽은 표라는 아주 나쁜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은 예를 들어서 49%가 자신을 반대했다라면 당선된 분이 재선을 위해서 49%가 마음에 드는 정책을 개발하고 이들을 끌어안기 위해서 더 많이 신경 쓸 수도 있다는 것이죠.

◇ 김현정> 그 다음 선거를 위해서 죽는 표가 아니다?

◆ 김인영> 그렇죠, 당연하죠. 그리고 자신을 반대한, 자기 집토끼보다는 나가 있는 토끼들을 잡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할 거 아닙니까? 그런 의미가 충분히 있는 거고요. 다른 말로 또 하나는 무조건 100% 지지에 의한, 100%가 반영이 되는 선거를 만든다고 하면 그거만 좋은 거냐는 거죠. 100% 취지가 어떻게 좋습니까? 그렇지 않죠.

◇ 김현정> 그러면 아예 비례대표를 뽑기는 뽑되 그것도 국민이 뽑을 수는 없어요?

◆ 김인영> 아까 말씀드린 대로 스웨덴처럼 한 200, 300명의 리스트를 가지고 국민이 원하는 사람들을 기표하는 거죠.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 김현정> 그 방법은 괜찮다고 보십니까?

◆ 김인영> 그런데 현재 우리의 소선거구제에서 중, 대선거구제로 바꾸지 않고서는 이게 어렵다라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우선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김인영> 알겠습니다.

◇ 김현정> 비례대표제를 아예 폐지해버리자라고 주장하시는 분.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김인영 교수 얘기 먼저 들었습니다.

국회 본회의 (사진=윤창원 기자)
◇ 김현정> 이어서 오히려 확대를 해야된다라고 주장하는 분이세요.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의 서복경 교수입니다. 서 교수님 나와 계세요.

◆ 서복경>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앞서서 이걸 폐지해야 된다는 분의 얘기를 들었는데 그분의 가장 큰 주장은 ‘지금의 비례대표제는 계파정치에 휘둘려서 이른바 당 지도부가 내리꽂는 사람들이 비례대표가 주로 되고 거기다 구색 맞추기식으로 몇몇만이 대표, 직능대표, 약자 이렇게 들어간다’라는 얘기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서복경> 문제가 있는 건 맞고요. 그런데 우리가 꼭 필요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악용한 사람들이 비난받고 처벌받아야지, 제도를 없애자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예컨대 그 논리대로라면 방위사업청이 수십 조 비리를 저질렀으니까 없애야죠. 제도는 놔두고 그걸 악용한 사람들이 비난받아야 되는 문제죠.

◇ 김현정> 그런데 앞서 교수님은 ‘취지가 좋다는 건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정치 현실에서는 아무리 이걸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계파 정치 현실에서는 이게 정비가 안 될 것이다. 공천장사도 없어지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 서복경> 공천장사 문제는 사실 18대까지만 하더라도 있었죠. 그런데 적어도 19대의 경우에는 돈 가지고 판 것 때문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죠.

◇ 김현정> 그 부분은 일단 개선됐다고 보시고요.

◆ 서복경> 네, 점차 개선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계파정치의 산물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서복경> 사실 이번에 보면 제1, 2당의 경우에 정말 엉망이었는데요. 당헌당규는 멀쩡하거든요. 그런데 당헌당규를 정해놓은 걸 하나도 지키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그래도 당헌당규를 만들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고, 그거 자체를 포기를 하고 어차피 안 된다고 얘기를 하면 지역구도 마찬가지인 거죠.

◇ 김현정> ‘뽑는 사람들이 잘 뽑아야 된다’ 이 말씀을 지금 계속 주장하시는 건데. 그런데 과거에 보면 공정한 절차를 거쳐서 직능대표라고 취지에 맞게 들어왔던 분들 가운데도 막상 국회에 가서 보면 기대했던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고 그냥 4년 동안 존재감 없이 있다가 그냥 사라지는 분도 꽤 많이 계셨어요. 이런 것은 제도로써 보완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그 자리를 차라리 지역구에 주는 게 낫다, 이런 얘기도 하시는데요?

◆ 서복경>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알려져야 될 게 많은데요. 실제로 조사를 해 보면 비례대표 의원들이 회의에도 더 열심히 참석하시고요. 법안 발의도 지역구 의원들보다 더 많이 하시거든요.

◇ 김현정> 그렇습니까?

◆ 서복경> 네. 그런데 이분들이 다 초선의원들이다 보니까 언론을 통해서 잘 드러나지 않아서 유권자들이 알기 어려운 면이 있고요. 예컨대 지난번에 야당이 필리버스터 할 때 연설했던 의원들 중에 상당수가 비례대표의원들이었거든요.

◇ 김현정> 뭐 은수미 의원, 김광진 의원이 있었죠.

◆ 서복경> 그분들이 초선의원들에 비례해서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그런 면들을 보기보다는 별로 손색이 없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정당들이 당헌당규로 비례대표 연임을 막아놨거든요. 한 번밖에 못하게 해놨어요.


◇ 김현정> 한 번밖에 못하죠. 그렇죠.

◆ 서복경> 그렇죠. 그런데 이건 법으로 막은 게 아니라 각 정당들이 임의로 그렇게 하는 겁니다.

◇ 김현정> 법적으로는 두 번 세 번 할 수 있는 거군요?

◆ 서복경> 네, 그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계속 초선의원들만 보이는 거죠. 그건 검증의 절차를 거쳐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면 재선 비례대표 의원, 3선 비례대표 의원들도 나와야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김종인 대표가 지금 비례로만 이번이 한 4선, 5선 하시는 거죠. 그런 경우도 있기는 있네요. 그러면 제도 개선한다고 하면 어디서부터 정비를 해야 될까요?

◆ 서복경> 우선은 각 정당에서 당원들의 힘이 세져야 할 것 같고요. 지금 현직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당헌당규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전횡을 하는 게 문제인데요. 정부가 법을 안 지키면 유권자들이 뭐라고 해야 되듯이, 당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들도 당권자들이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당원들이 아무리 말해도 사실은 지도부 권력을 넘기 어렵던데요? 요즘 보면.

◆ 서복경> 사실 그게 참 어려운 문제이기는 한데. 지금 각 정당의 지도부들이 마음대로 하는 게 비례대표만 마음대로 했느냐는 거죠. 지역구도 마음대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지역구 공천도요.

◆ 서복경> 그러면 결국은 지역구도 마음대로 하고 비례도 마음대로 하니까 어차피 안 될 거니까 거기에 맞춰서 없애야 된다? 이런 논리대로 접근을 하면 지역구 공천도 안 해야 되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말씀. 우리 청취자들은 들으면서 어떻게 판단하셨을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교수님도 이번 비례대표 공천 보면서 답답한 건 마찬가지신 거죠?

◆ 서복경> 심각한 거죠.

◇ 김현정> 심각하게 보세요? 점수 주신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어요? 이번 이 당, 저 당 할 것 없이 공천 보면.

◆ 서복경> 제1당하고 2당의 경우에는 있는 것도 안 했으니까. 있는 당헌당규도 안 지켰으니까 10점 중에 한 3, 4점밖에 안 되겠죠.

◇ 김현정> 3, 4점밖에 새누리당, 더민주당한테는 줄 수 없다, 이런 말씀.

◆ 서복경> 이번에 저희 연구소에서 조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유권자들도 10점 중에 한 4점 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그래요. 이 상황을 정치권에서 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될 텐데 말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은 이 비례대표제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서복경> 안녕히 계십시오.

◇ 김현정>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의 서복경 교수까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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