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은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승리한 뒤 "시몬에게는 주라고 했다"고 승리 비결을 설명했다. 시몬을 놔둔 것은 두 가지 이유였다. 첫 번째는 시몬에게 공격이 몰리게 해 지치게 만들겠다는 것. 두 번째는 1~2차전에서 맹활약한 송명근을 확실히 틀어막겠다는 복안이었다.
3차전에서는 통했다. 송명근은 공격성공률이 35.71%로 뚝 떨어졌다.
당연히 4차전에서도 같은 카드를 들고나왔다. 최태웅 감독은 24일 챔피언결정 4차전을 앞두고 "송명근이 정말 잘했기 때문에 그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3차전에서 성공했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게 마지막 작전이라 보면 된다"면서 "높은 블로킹을 송명근에게 향하게 하면 시몬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시몬 점유율이 70%까지도 갈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명근은 현대캐피탈의 블로킹 벽을 넘어 스파이크를 내리꽂았다. 송명근은 17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이 53.84%였다. 범실도 많았지만, 3차전처럼 당하지 않았다. 송명근이 살아나자 시몬의 부담도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최태웅 감독의 마지막 묘수가 완전히 어긋났다.
OK저축은행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3-1(25-20 25-15 19-25 25-23)로 승리했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성적 3승1패로 V-리그 정상에 우뚝 섰다. 지난 시즌에 이은 챔피언결정전 2연패. 무엇보다 창단 3년 만에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V-리그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송명근이 1세트에서 펄펄 날았다.
1세트 득점은 시몬(4점)보다 많은 6점. 파이프, 시간차, 퀵오픈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19-12에서 정성현의 디그를 곧바로 스파이크로 연결시키는 등 자신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22-16에서는 스파이크 서브 득점으로 쐐기를 박았다.
2세트에서는 시몬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1세트에서 공격점유율 33.33%로 체력을 아낀 시몬은 2세트에서 9점을 몰아쳤다. 공격성공률은 무려 70%. 특히 6-2에서 박주형과 문성민의 스파이크 3개를 블로킹으로 잡아내면서 현대캐피탈을 주저앉혔다.
김세진 감독은 3세트에서 14-18로 끌려가자 송희채를 벤치에 앉혔다. 이어 15-19에서는 시몬마저 불러들였다. 4세트를 대비해 승부를 걸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4세트를 잡고 정상에 섰다.
4세트 초반 8-10으로 끌려갔지만, 송희채의 시간차와 송명근의 오픈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신영석의 시간차가 아웃되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현대캐피탈도 1~2점 차로 계속 쫓아왔지만, 17-16에서 시몬, 18-16에서 송명근의 스파이크가 추격을 뿌리쳤다. 시몬은 4세트 11점, 송명근은 4점을 기록했다.
4경기에서 120점을 기록한 시몬은 챔피언결정전 MVP로 선정됐다.
OK저축은행은 4세트 동안 무려 범실 42개를 기록했다. 한 경기 최다 범실 타이다. 챔피언결정전으로 한정하면 최다 범실이었다. 송명근과 시몬이 기록한 23개는 현대캐피탈의 범실 20개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V-리그 최강이라 자부했던 블로킹이 고작 개에 그치면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