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출시된 ISA 즉,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국민재산늘리기' 정책 취지가 벌써 퇴색하고 있다.
연간 납부 한도가 2000만 원이지만, ISA 계좌 평균 가입 금액은 5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사 특히 은행권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단돈 1만 원짜리 이른바 '깡통계좌'가 남발된 탓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별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김용범 사무처장은 지난 22일 "장기 투자 목적으로 설계된 ISA 제도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납부 규모가 작다고 깡통계좌로 부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경쟁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당장 오는 5월부터 금융회사별 ISA 수익률 비교공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의무 가입 기간이 5년인 장기 투자 상품의 금융회사별 수익률을 고작 두 달 만에 평가해 줄을 세우겠다는 얘긴데 우려가 작지 않다.
A 증권사 관계자는 25일 "수익률을 평가한다는 건 결국 위험 분산과 위기 대응, 자산 운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뜻일 텐데 두세 달은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융당국이 조금 더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는데 단기간에 금융회사 간 과열 경쟁을 유도하고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식이었던 ISA 출시 상황 자체가 객관적인 수익률 평가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은행에도 일임형 ISA 판매를 허용했지만, 실제 은행의 일임형 판매는 오는 4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한 상황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B 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은행은 신탁형만 판매해야 하는데 가입자 본인이 자산 운용을 주도하는 신탁형 특성상 수익률에 금융회사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 계획대로 5월에 금융사별 ISA 수익률이 비교공시된다고 해도 은행과 증권사의 자산 운용 능력이 공정하게 평가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또 "은행권 ISA 계좌 평균 납부 금액은 30만 원대에 불과한데 앞으로 규모가 훨씬 커지면 모를까 지금 이 정도 액수로 수익률을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수익률 평가를 의식한 금융회사들이 단기 고수익에 집착하면서 고위험 상품 위주로 ISA를 운용해 가입자에게 뜻밖의 피해를 안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저한 준비 없이 ISA 출시를 서둘렀다는 비판을 받는 금융당국이 수익률 평가에서도 조급성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