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1999년 북한에서 원로화가 10명을 초청해 백두산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그 때 감동이 참 크다. 그냥 산이나 풍경, 호수가 아니고 가슴 깊이 울려나오는 웅혼한 느낌이 들었다. 스케치와 자료수집을 많이 했다." 이후 백두산 천지의 모습을 담은 14.5m에 이르는 채색의 '백두산'(1992~2001)을 완성할 수 있었다. 백두산을 처음 구상한지 10년만에 완성한 것이다.
산 전체가 흰 눈에 덮인 자태는 마치 구름이 산정으로 살아 꿈틀거리며 올라가는 듯하고, 흰 눈의 골 사이사이로 비치는 푸른 호수의 빛은 영험하고 신령스러운 기운을 풍긴다. 산 전체를 하얗게 그린 까닭은 백두(白頭)가 흰 머리를 의미하는데, 작가가 백두산을 방문했을 때 '흰 머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리밭', 여성 누드화로 많이 알려진 이숙자 화가의 '초록빛 환영_이숙자'전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25일 개막한다.
이 작가는 채색화의 정통성과 한국화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가 1963년에 국전에 입선한 이래 50여 년의 작품 활동에서 그 바탕이 되었던 '한국적 정서'는 어떤 것일까. 24일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그는 한국적 정서가 많이 변해가고 있다고 정리했다. "과거에는 한에 치우쳤지만 현재는 역동적이다. 초기의 한국적 정서는 서민적이고 향토적인 자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80-90년대에는 국력이 강해지면서 한국적 정서가 속도감 있고, 자신심과 활력이 넘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건 민주화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IT 강국으로서 한국의 현재적 정서는 자신감이 확대되고 다이내믹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적인 소재와 여성 누드로 구분된다. '민예품', '보리밭', '한글', '백두산', '소' 등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소재를 다룬 50여점이 선보인다. 또 원죄를 짓기 이전이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담고자 했던 '이브' 시리즈 작품 1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 기간: 3.25- 7.17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전시실
출품 작품: 60여점의 작품 및 드로잉,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