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내 생각이 짧았다" 권유받고 신청했는데 32번

"정치는 모른다. 체육계에 힘이 되고싶었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자료사진)
"체육계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더 실망스럽네요."

허정무(61)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지난 13일 새누리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을 했다. 정치판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체육계를 위해 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권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비례대표 32번을 받았고, 결국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허정무 부총재는 24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걸 떠나서 처음부터 정치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이 합쳐졌다. 체육계 전체를 볼 때 고쳐야 할 점도 많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할 것도 많았다"면서 "힘이 되겠다 싶었고, 권유도 있어서 신청을 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허정무 부총재는 새누리당으로부터 높은 순위를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천심사과정에서 순위가 뒤로 밀렸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권은 20명 안팎. 정치 자체에 욕심이 없었던 허정무 부총재로서는 후보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었다.

단순히 순위가 밀렸다는 것에 대한 실망은 아니었다. 다만 체육계 인물이 공천 과정에서 대다수 탈락했기에 실망감이 더 컸다.

허정무 부총재는 "더 실망스러운 것은 체육계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이라면서 "세계적으로 보나, 우리나라로 보나 스포츠의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꼭 스포츠여야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분야다. 정당을 떠나서, 아무래도 집권당이 정책 수렴에 유리하기에 신청을 했는데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정책을 수렴하고, 사회 각 분야를 다루는 정치라면 스포츠 분야도 꼭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허정무 부총재는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끌었다. 최고의 선수이자, 최고의 지도자였다. 정치에 대한 욕심보다는 이런 경험으로 체육계에 힘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허정무 부총재는 "스포츠 분야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게 많다"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신청했다. 나는 정치의 정자도 모른다. 직능별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치를 몰라도 스포츠 분야는 많은 경험을 했고, 공부를 했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이 너무 짧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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