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가 우리 유승민 의원을 찍어 낼라꼬…"

지지자들 통곡·분노,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다"에 열렬한 지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3일 새누리당의 타이틀을 끝내 스스로 떼어낸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 로고 없이 흰색 바탕에 파랑과 빨강 글씨로 '대구의 힘! 대구의 미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배경으로 단상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헌법 1조를 다시 한 번 인용했다. 목소리는 전보다 단호했고, 헌법을 어긴 사람을 질타하는 어조에는 한층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 연설은 지난해 7월 원내대표 퇴임 연설과 마찬가지로 권력자의 ‘불의’를 꾸짖고 있었다.
그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사무실에 모여 있었던 당원과 지지자들은 ‘유 승 민’을 연호했다. 유 의원은 자신을 향한 열망을 잠시 듣고만 있다가 회견문을 덤덤히 읽어 나갔다.


유 의원의 선거사무소는 장사진을 친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하루종일 북적거렸다. 한 지역 기자는 "지금껏 살면서 대구가 이만큼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또 있었나 싶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서고 있다. 박종민기자
사무소에서 만큼은 유 의원이 주류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가 비주류였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TV에 등장하기라도 하면 지지자들은 "글마(그 녀석)가 결국엔 이런 식으로 우리 유 의원을 찍어낼라꼬…"라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한 60대 여성은 고개를 푹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다 이내 목 놓아 울었다. 시간이 갈수록 친박계의 ‘공천 학살’로 폐족(廢族)이 된 유승민계의 슬픔은 깊어졌다.

깊은 슬픔은 분노로 변해 유 의원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로 터져 나왔다.

오후 10시 50분,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며 유 의원이 단상에 섰다. 장고(長考) 끝에 내 뱉은 일성(一聲)은 확신에 차 있었다.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내세우며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개혁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지지자들도 억눌렸던 감정을 밀어내듯이 유 의원이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저녁 탈당과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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