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은 빠르다. KCC에 비해 높이는 낮지만 스피드와 활동량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다. 또 외곽 슈터가 많다. 공간 확보만 잘 이뤄지면 공격은 문제가 아니다.
3점슛 의존도가 높다? 아니다. 오리온은 전통적인 포지션 개념을 파괴하고 공간 확보에 따른 내외곽 공략을 중시하는 현대 농구의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오리온이 또 한번 대승을 거뒀다. 오리온은 23일 오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3점슛 12개를 앞세워 KCC를 92-70으로 완파했다. 지난 전주 2차전에서 99-7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경기 연속 20점 차 이상의 승리를 챙겼다.
KCC는 2경기 연속 오리온의 스피드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오리온은 수비 성공 후 공격 코트로 빠르게 전진해 상대 수비가 대형을 갖추기 전에 슛 기회를 노렸다. 외곽에서 기회가 많았고 김동욱, 문태종, 허일영 등 슈터들이 외곽포를 꽂았다.
빠른 공격 전환, 트랜지션은 오리온이 자랑하는 무기이자 하승진, 허버트 힐 등 몸집이 큰 빅맨들이 있는 KCC의 아킬레스건이다.
오리온 선수들의 자신감은 상당하다.
문태종은 "수비가 잘 됐고 공수 전환도 잘 되고 있다. 지난 2경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수비를 잘하고 속공 나가서 3점슛을 쏘면 될 것 같다. KCC는 우리를 막을 수 있다는 장면을 보여준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하던 것만 그대로 하면 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동욱도 "우리에게는 빠른 공격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KCC에는 큰 선수가 많다. 백코트가 전혀 안된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도 빠른 공격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추승균 KCC 감독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잘못된 공격 전개가 허무한 실점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아쉬움을 거듭 나타냈다.
공격은 수비를 위한 약속이다. 공격이 정삭적으로 이뤄지면 누군가 슛을 쏠 때 누군가는 공격리바운드를 준비하고 누군가는 상대 속공 저지를 위한 백코트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성급하게 공격을 펼칠 경우 이 약속이 깨진다.
추승균 감독은 "공격 자체가 너무 급했다. 다들 서있는 상태에서 공격을 하다 끝나면 백코트가 안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런 정체로 인해 상대가 속공을 나가면서 슛을 많이 맞았다. 코트 밸런스를 잘 잡아줘야 한다"며 아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