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스위스는 미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팔란티르 테크놀로지와 합작기업을 설립, 다수의 트레이더를 대상으로 한 비리 감시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회사명은 프랑스 신인상파 화가의 성을 차용한 '시냑'으로 정해졌다. 크레디트 스위스와 팔란티르 테크놀로지는 구체적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은 채 현금과 직원, 지적 재산권 등에서 균등한 제휴라고 밝혔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시냑을 통해 근 1천명에 이르는 자사 소속 트레이더를 감찰하고 장차 협력관계인 전 세계 4천여 펀드 매니저들로 그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시냑은 내부 계정을 통한 거래와 잦은 취소·정정 주문과 같은 '유독성 패턴'은 물론 휴대전화와 전자출입카드 사용 내역 등의 개인적 행동도 분석하는 기법을 활용해 비리를 포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디트 스위스와 팔란티르의 제휴는 내부 직원의 미승인 매매로 각각 20억 달러와 49억 달러의 손실을 본 UBS와 소시에테 제네랄을 포함해 지난 수년간 대형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월 스트리트가 준법 지침과 감찰 활동을 강화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크레디트 스위스와 팔란티르 테크놀로지는 시냑의 분석 기법이 향후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를 더욱 잘 파악하고자 하는 다른 은행들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팔란티르는 이미 다수의 대형 은행을 고객으로 삼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지난해에는 여러 차례의 펀딩을 통해 기업 가치를 200억 달러 선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 회사의 초기 투자자에는 CIA의 벤처 캐피털 조직인 '인큐텔'이 포함돼 있다.
팔란티르 테크놀로지의 알렉스 카프 CEO는 그러나 회사 성격상 기업 공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팔란티르가 계속 합작회사를 만들어간다면 시장을 통하지 않고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팔란티르라는 이름은 유명한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마법의 돌을 뜻한다.